소니 픽처스 해킹사건 이후 행정부와 의회가 모처럼 보조를 맞춰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으나, 북한은 연일 미국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응징 분위기가 워낙 강해 먹혀들 가능성은 드물지만,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도 북한과의 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15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관리는 “지난 10일 내놓은 핵 실험 잠정 중단을 전제로 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의 제의”라고 강조했다.
이 관리는 “우리 제안이 4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군사훈련이 강행되더라도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며 현 시점에서 핵실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성급한 추측이자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으며, 미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측 관계자는 연례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미국 논리에 대해서도 1992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된 선례를 소개하며 전향적 태도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군사훈련을 임시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 제안을 오바마 행정부가 ‘암묵적 위협’이라면서 즉각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의도를 탐색할 시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 세계의 핵확산을 제어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데 실패했다”면서 “한 번 더 북한의 의도를 탐색한다고 해서 도대체 미국이 잃을 게 뭐가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을 명분으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미국 행정부와는 달리, 민간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새로운 제안을 ‘대응할 가치가 있는 진지한(serious) 제의’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전문가는 북한이 정말로 미국에 군사훈련 중지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그 군사훈련은 어떤 점에서 선의를 보여주고 협상의 여지를 마련하는 쪽으로 형식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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