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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열고 경청하는 것이 평화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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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열고 경청하는 것이 평화의 첫 걸음"

입력
2015.01.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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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사태 겪은 전북 부안군 찾아 "과거 잊고 당대의 문제 해결해야…"

고은 시인이 14일 전북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에서 평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공
고은 시인이 14일 전북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에서 평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공

“평화는 누군가의 말을 잘 듣는 것, 즉 경청하는 것입니다.”

지난 14일 전북 부안군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에서 고은(82) 시인은 “자기 말만 하는 것은 독재자”라며 “혼자 평화를 강조한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평화는 둘 이상이 있을 때 필요한 것”이라며 “귀로 듣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평화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평화친선대사로 위촉된 고 시인은 극심한 주민 갈등이 불거졌던 지역을 돌며 주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이벤트를 열기로 했는데, 이날 콘서트가 그의 첫 걸음이었다.

고 시인은 다양한 관객들의 질문에 시적 표현과 비유를 쓰며 평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혔다.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전쟁 세대와 자아실현을 최고 가치라 생각하는 현 세대의 간극에 대해 고 시인은 “모든 문제는 당대의 문제”라며 현 세대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과거 먹고 살기 힘들었던 척박했던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성장이 멈춘 미래를 위해 젊은이들이 지혜를 모으도록 도와야 할 때”라고 했다.

‘향후 세상이 더 평화로워 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 현재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했다. 고 시인은 “연약한 나비 날개가 비에 맞아 찢어지지 않도록 보살피듯 평화와 민주주의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며 “과거의 평화는 역사적 자료로 삼을 수 있지만 재현되지는 않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평화친선대사로 위촉된 경위에 대해 고 시인은 승부를 싫어하는 성격이 주변에 알려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별히 평화를 위해 언성을 높인 적이 없다”며 “다만 한국은 분단된 상태로 평화가 절실한 지역이다 보니, 꾸준히 평화에 대한 시를 쓰고 시낭송을 했는데 그걸 주변에서 좋게 봐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소망에 대해 “특별한 것 없다”면서도 “새해 희망을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과연 잘 지냈는지 성찰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고 시인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문호다. 전북 군산 출생으로 1958년 등단 이후 ‘만인보’ ‘어느 바람’ ‘백두산’ 등 150여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등 국내 문학상 외에도 스웨덴 시카다상, 노르웨이 비외르손 훈장, 마케도니아 황금화관상 등 다수의 국내외 상과 훈장을 수상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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