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여아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인천 어린이집 교사 양모씨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에도 식사습관을 문제 삼아 원아 2명의 얼굴과 등을 때렸고, 지난 8, 9일 낮잠을 자지 않거나 수업 중 율동이 틀렸다는 이유로 베개를 집어 던지거나 어깨를 잡아채 넘어뜨렸다고 한다. 경찰은 어제 양씨에 대해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동학대는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이 피해자여서 적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예방과 징후 발견 시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턱없이 헐겁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정부 평가인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어린이집에서 1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상습적으로 학대를 해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험악한 민심에 놀란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어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학대행위 처벌 강화를 비롯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평가인증제도 내실화, 보육교사 자질 제고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면밀한 검토 없이 발표를 서두르다 보니 손쉬운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당정 대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이다. 학대행위가 한 차례만 적발돼도 어린이집을 즉각 폐쇄하고 해당 교사와 원장이 영구 퇴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아동의 생명의 해치거나 뇌사 등 이에 준하는 경우’에 어린이집 폐쇄가 가능하고, 교사 등의 자격정지도 최장 10년이다. 하지만 폐쇄 이후 해당 시설에 다니던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은 빠졌다. 가뜩이나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동과 학부모가 학대에 이어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장이나 동료 교사가 처벌을 두려워해 신고를 꺼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CCTV 설치 의무화도 예방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이번 사건을 포함해 CCTV가 설치된 시설에서 학대행위가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평가인증제도 내실화 및 보육교사의 자질 강화 방안도 실효성 있는 세부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신뢰를 주기에는 부족하다.
당정 대책의 가장 큰 맹점은 보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무상보육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도 결국 여기에서 비롯됐다. 처벌 강화나 새 제도 도입이 능사가 아니다. 민간 어린이집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보육교사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질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나가는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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