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6시간 이동중지 전격 조치, 안성·여주 농가선 구제역 판정
농림축산식품부가 17일 오전 6시부터 36시간 동안 전국의 가금류, 사육종사자, 관련 차량에 대해 시행하는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조치로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대규모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일시이동중지는 전 국민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명절(2월 18~20일)을 앞두고 AI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인 방역을 하겠다는 취지로 벌이는 것이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AI는 철새 분변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철새의 이동은 어쩔 수 없더라도 가금사육 시설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중지 명령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AI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데다, 토착ㆍ상시화할 기미까지 보이고 있어 사실상 이동통제로 추가 확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모인필 충북대 교수는 “AI가 새로 확산한다기보다 지난해부터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는 전국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공식적으로 아직 AI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AI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라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초에는 전북 고창군에서 AI가 최초 발생 후 서해안 벨트를 따라 북상했지만, 올해 들어선 경기 안성시 농장과 부산 강서구 농가 등지에서 AI가 마치 게릴라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해 어느 한 곳에서 전파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시이동중지로 바이러스의 길목을 막아서기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더구나 AI는 겨울철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부터 연중 발생하고, 발생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전북 고창군에서 지난해 들어 처음 발생(1월 16일)한 뒤 5월부터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강원 횡성군(6월) 전남 함평군(7월) 전북 김제시ㆍ경북 경주시(11월) 경남 양산시(12월) 등지에서 발병했다. 이와 관련, 한 방역 전문가는 “계열화한 오리ㆍ닭 도축장에서 AI 검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등 방역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구제역 의심 돼지가 발견된 경기 안성시 농장 두 곳과 여주시 농장 한 곳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으로 확진됐다고 농식품부는 16일 밝혔다. 앞서 농식품부는 17일부터 시작하는 AI 일시이동중지명령과 함께 구제역 관련 축산차량에 대한 일시이동제한 조치도 실시하기로 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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