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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내시경] '쇼닥터' 이대로 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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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내시경] '쇼닥터' 이대로 둬야 하나

입력
2015.01.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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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균을 처방했는데 5년 간 임신하지 못했던 환자가 한 달 뒤 임신했다.” A원장이 TV에 나와 이 같이 엉터리 약장수와 같은 말을 한 뒤 그의 병원 스케줄은 2018년까지 꽉 찼다. 이뿐만 아니라 가정의학과, 내과 전문의 등이 줄줄이 홈쇼핑에 나와 유산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B원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성초ㆍ자소엽ㆍ녹차 등을 이용해 만든 발모차와 발모팩을 탈모 치료 명약으로 소개했다. 이후 어성초 수요가 크게 늘어 값이 10배나 뛰었다.

가수 고 신해철씨 사망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C원장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홈쇼핑에 출연해 다이어트 제품을 직접 홍보하고, JTBC의 건강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나왔다.

지상파와 종편에 ‘비타민’, 건강토크쇼 맘스 닥터’, 체인지 라이프 닥터&스타’, ‘엄지의 제왕’, ‘황금알’, ‘닥터의 승부’, ‘내 몸 사용설명서’ 등 각종 건강 프로그램이 넘쳐 나면서 ‘○○과 전문의’ 명찰을 단 의사와 한의사 패널도 덩달아 많아졌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어려운 건강 정보를 쉽고 생생하게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인사가 TV출연을 통해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받고 TV홈쇼핑에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과대 광고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1시간 출연해 4,000만원까지 받기도 했다. 대학병원 의사까지 이런 돈벌이 대열에 가세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쇼닥터’라는 낙인이 붙었다. 말 그대로 ‘쇼(show)하는 의사’라는 뜻이다. 의사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과장ㆍ허위 광고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의사의 말이라 믿음도 가고 이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솔깃하기 마련이다.

쇼닥터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대한의사협회는 출연료를 내고 방송 프로그램을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의사들이 방송 출연에 신중하도록 엄정한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의협은 ‘쇼닥터 TFT’까지 꾸려 의사들의 홈쇼핑 출연을 금지시킨다는 제재 방침까지 세우는 등 내부 자정에 나섰다.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쇼닥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런 방침을 비웃듯 의사들이 홈쇼핑에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버젓이 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은 의사들의 권익 대변 단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협에 의사들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 일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

물론 보건복지부도 문제된 의료인들을 고발하는 등 엄격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엄포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규정도 만들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가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 당장 칼을 뺄 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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