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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툭 건드린 쉼표같은 소곡… 난 이 가벼움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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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툭 건드린 쉼표같은 소곡… 난 이 가벼움을 사랑한다

입력
2015.01.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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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솔 & 임보라 트리오 소곡집’을 낸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임보라. 일렉트릭뮤즈 제공
‘강아솔 & 임보라 트리오 소곡집’을 낸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임보라. 일렉트릭뮤즈 제공

음악이 하루의 평화와 안식을 준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경험적인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듣는 음악이 중요하다. 나는 종종 밤을 새고 그때마다 일에 관련된 음악을 듣거나 작업할 때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음악을 듣는다. 그러다 보니 밤새 듣던 음악을 아침에도 이어서 듣게 되거나 혹은 음악을 끄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순간에 잠기기도 한다. 그렇다. 음악을 듣는 것은 꽤 피로한 일이다. 이런 피로감을 줄이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음악을 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이다. 자극을 없애거나 다른 자극을 찾는 것. 아직까진 이런 방법이 나쁘지 않다.

최근에 들은 곡은 강아솔과 임보라 트리오의 소곡집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2, 3곡이 담긴 형태의 음원으로만 발매됐다. 강아솔은 제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고 임보라는 주목 받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두 사람은 수년 전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그러다 지난해 강아솔의 2집 ‘정직한 마음’에서 함께 녹음하면서 선배와 후배로 다시 만났다. 피아노를 매개로 다른 장르의 작곡가 둘이 손잡은 것이다. 강아솔의 음악은 귀엽고 임보라의 음악은 품위가 있다. 두 사람이 각자 어떤 기분으로 이 곡을 만들고 연주했을까, 상상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특히 콜라보레이션이란 점에서 이 음원은 최근의 여러 조합들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장르적 차이 외에 이토록 가요계에 ‘콜라보’가 유행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건 산업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그 밑에 흐르는 네트워크 때문일까. 어떤 환경이 이런 작업들을 확산시키는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서 여러 가설만 정리할 따름이지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럭무럭 자란다. 어쩌면 이것은 음악의 가벼움이라는 것과 연관되지 않을까.

이 음악은 가볍고 사색적이다. 제목 그대로 소곡, 입문용이나 소품의 형식을 하고 있어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가만히 틀어두기에 적합하다. 요즘 나는 이 가벼움을 사랑하고 있다. 보통 가볍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가벼움이란 쉼표와 같다.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사람들은 보통 무게감과 진지함이야말로 가장 큰 미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래서는 대부분의 가벼운 것들은 무시되고 만다. 모든 창작물이 무겁고 진지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가벼움 속에도 무거움이 있고, 진지함 속에도 가벼움이 있다. 창작물의 정체성이란 그 양가적인 것, 상반된 것들이 뜻밖에 공존할 때 확립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모순적이고, 거기서 작가나 창작물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걸 이해하지 못할 때 작가나 작품의 정체성뿐 아니라 감상하는 사람의 정체도 곤란해진다.

이 음악은 가벼운 소품이다. 애초에 그리 만들어졌다. 하지만 곡의 깊이나 울림은 작지 않다. 나는 밤을 꼬박 샌 다음날 아침에 이 음악을 들으며 담배를 한 대 피운다. 모두가 금연을 하는 시대에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멀뚱히 바라본다.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음악을 듣는 시간이고, 그때 이 음악이 아무렇지 않게 흐른다. 그러면서 마음을 툭 건드린다. 그 터치가 꽤 좋아서 담배를 천천히 피우며 가만히 있게 된다. 눈을 갸름하게 뜨고 하늘도 보고 전선에 앉은 비둘기나 까치 같은 새도 바라본다. 함께 사는 고양이들도 쓰다듬어 준다. 음악이 하루의 평온과 안식을 준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콜라보레이션은 대체로 가볍다. 애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 가벼움이 음악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주고, 곡을 부르거나 연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전달되는 게 아닐까. 어깨에 힘을 빼게 되는 것. 그것은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마당이나 놀이터를 산책하는 아이들의 이미지다. 그 발랄함과 경쾌함이야말로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이 아닐까 싶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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