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차림으로 조교 불러들이고 수업중 모욕감 주는 발언 다반사
같은 과 교수들이 학교에 진정서
유명 사립여대 교수가 수 년간 후배 여 교수와 학생 등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학은 이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대, 경희대 등 대학가를 들끓게 한 대학 교수의 성추문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대학은 중어중문학과 A(49) 교수가 학생, 시간강사, 조교, 후배 여 교수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 왔다는 진정서를 접수, 진상조사를 마쳤다고 15일 밝혔다. 이 진정서는 같은 과 교수들이 학교 측에 제출했다. A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은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교수는 수업시간에도 성적인 용어를 거침 없이 말해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주로 2학년이 수강하는 전공수업에서 “나는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 (성관계를) 하는 게 더 좋더라”고 말했으며, 사석에서 “결혼보다 섹스 파트너를 두고 사는 게 낫다”는 발언도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전공수업 때는 1920년대 중국 권력층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 ‘홍등’을 시청하면서 성적 용어 사용을 남발해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이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유독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 학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었는데 학생들이 놀라는 모습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조교나 여 교수들에 대한 성희롱은 더 노골적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바지를 벗은 채 사각팬티 차림으로 조교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렀다. “심부름시킬 게 있다”는 말만 듣고 갔다가 봉변을 당했지만 조교는 A교수에게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한 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
A교수는 여 교수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여학생들이 일부러 미니스커트를 입고 와서 자기 다리를 쳐다보는지 살핀다. 교수가 봤다고 느껴지면 친구들과 이 얘기를 하며 즐거워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동료 교수들은 전했다. 같은 과 B교수는 “지방에 있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내게 ‘예쁘지도 않은데 떨어져 살면 남편 바람나고 나중에 이혼한다’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며 “이런 말을 들은 교수들이 여럿”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학교가 지난해 10월 17일 제출한 진정서를 2주가 넘은 11월 3일 정식 접수했다. A교수의 비위를 축소ㆍ은폐하려는 것인지 우려된다”며 엄정 처벌을 촉구했다.
학교 측은 17일 A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피해 교수들과 A교수를 불러 조사했고, 학생들의 피해는 학생상담센터를 통해 파악했다”며 “지난달 말 진상조사위원회가 이사회에 A교수 징계 안건을 올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몇몇 교수들이 날 모함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며 “성희롱에 해당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