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술인을 ‘공돌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술은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그 어느 분야보다 성공확률이 높은 분야입니다. 취업난 해소, 경기활성화도 국가기술력에 달렸습니다.” 16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윤재호(48ㆍ사진) 주광정밀㈜ 대표는 기업이 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술개발과 전문기술인 인력 양성이 필수라고 피력했다.
윤씨에게 있어서 명예박사는 명예 이상의 가치가 있다. 공고 출신 ‘공돌이’로 출발, 흑연전극 가공기술 한 우물을 판 덕분에 비록 명예이긴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우리 사회가 그 만큼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한 대모이다.
윤씨는 “예전에는 명예박사학위 수여자는 고위공직자가 대부분이었다는데 요즘은 기능인이나 명인 등 기술인들도 제법 많은 것을 보면 세상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며 “이것 저것 손대기 보다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기술개발에 몰두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이 알아준다”고 말했다. 금오공대는 2012년 기능한국인 선정, 왕성한 기업활동 등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한 점 등을 인정해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게 됐다.
윤씨는 경북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근무하다 창업, 흑연전극 가공의 선두를 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79년 개교한 경북기계공고는 정밀가공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고로 성적 우수자들이 많이 진학했다. 지금도 해마다 수많은 기능올림픽 입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경북 청송군 산골마을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도 어릴 적부터 남다른 손재주를 보였고, 가족들의 권유로 이 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그는 “졸업 후 대우전자 금형과에서 8년간 근무할 때 금형가공에 있어서 흑연전극의 장점을 알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며 “초기에는 미개척분야이다 보니 5년간 주문이 적어 한 달에 5일도 일을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기술개발에 주력하다 보니 하나 둘 알아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광정밀 전체 임직원은 160명. 휴대폰용 소형 전극에서 자동차용 대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흑연전극을 생산해 국내외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요즘 기술인보다는 경영인으로 더 유명해졌다. 지난해 4월에는 회사가 구미시 지정 ‘이 달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구미상공대상 경영대상을 수상했다. “경영자로서 특별히 잘났다기 보다는 전 공정을 이해하고 있어 직원과 소통이 원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품질과 경영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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