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 '방사선 피부염' 발병 절단후 조직 이식… 학계 첫 보고
방사선 장비 사용 크게 늘면서 의료진 장기간 피폭 우려 커져
의료용 방사선 투과 장비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의 손가락이 장기간 방사선 노출로 괴사돼 결국 절단한 사례가 학계에 첫 보고됐다.
15일 원광대 의대 산본병원 정형외과 김유미 교수팀은 방사선에 20년간 노출된 현직 의사(49)의 손가락에 괴사가 나타난 사례를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가 수술이나 시술 중 방사선에 노출돼 직접 손상을 입은 문헌보고는 국내외에서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정형외과 개원의인 이 의사는 2013년 피부괴사 진단을 받기 전까지 척추 주사요법을 월 평균 100건 이상 20년간 시행했다. 허리디스크를 앓는 환자의 척추에 주사를 놓기 위해선 방사선 투과기기를 써서 문제의 요추 위치를 정확히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사하는 손이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 의사는 2012년부터 양측 엄ㆍ검지에 가려움증과 건조증이 생겼으며, 피부가 딱딱해지고 얇아지면서 손톱 부근에서 통증을 겪었다. 이에 피부과를 찾아 보습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더 악화돼 왼쪽 검지에 가로ㆍ세로 1㎝ 크기 괴사가 생겼다.
그는 그 뒤 ‘방사선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연고로 치료받았지만 괴사는 더 커지고 통증도 악화됐다. 의료진은 줄기세포 치료와 자가혈액 피부 재생술도 시도했지만 통증 완화 외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은 괴사된 손가락을 자르고, 다른 조직을 이식한 뒤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김 교수팀은 투과 촬영기 등 방사선 장비 사용이 크게 늘면서 정형외과 의사의 장시간 방사선 노출 위험 또한 커지며 암, 백내장, 불임, 등 피해가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험성을 고려해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는 정형외과 의사가 1년간 방사선 노출 허용량을 전신 20밀리시버트(mSv), 눈 150mSv, 갑상선 300mSv, 손발 500mSv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mSv는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로 1m㏜가 성인 기준 1년간 방사선 노출 허용치다.
그러나 진료현장의 의사들은 방사선 차단기구가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방사선 촬영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일반인도 건강검진용 컴퓨터단층촬영기(CT)로 1회 촬영했을 때 피폭량이 13∼25mSv로 연간 피폭허용치(1mSv)의 최소 13배 이상에 달한다.
김 교수는 “X선 튜브 안에 손을 두면 분당 40mSv의 방사선 노출이 발생해 12분 30초 노출시 연간 허용량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다”며 “의사들은 피폭 위험성에 늘 노출돼 있어 전신 방사선 차폐기구와 차폐 장갑을 착용하고 방사선 촬영기와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경우는 매일 직업적으로 수십 년간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례로, 일반인들의 피폭 위험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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