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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에 20년 노출' 손가락 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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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에 20년 노출' 손가락 괴사

입력
2015.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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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 '방사선 피부염' 발병 절단후 조직 이식… 학계 첫 보고

방사선 장비 사용 크게 늘면서 의료진 장기간 피폭 우려 커져

20년간 의료용 투과장치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노출된 정형외과 의사의 손. 왼손 검지와 오른손 엄지에 괴사가 발생했다. 원광대 의대 제공
20년간 의료용 투과장치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노출된 정형외과 의사의 손. 왼손 검지와 오른손 엄지에 괴사가 발생했다. 원광대 의대 제공

의료용 방사선 투과 장비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의 손가락이 장기간 방사선 노출로 괴사돼 결국 절단한 사례가 학계에 첫 보고됐다.

15일 원광대 의대 산본병원 정형외과 김유미 교수팀은 방사선에 20년간 노출된 현직 의사(49)의 손가락에 괴사가 나타난 사례를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가 수술이나 시술 중 방사선에 노출돼 직접 손상을 입은 문헌보고는 국내외에서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정형외과 개원의인 이 의사는 2013년 피부괴사 진단을 받기 전까지 척추 주사요법을 월 평균 100건 이상 20년간 시행했다. 허리디스크를 앓는 환자의 척추에 주사를 놓기 위해선 방사선 투과기기를 써서 문제의 요추 위치를 정확히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사하는 손이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 의사는 2012년부터 양측 엄ㆍ검지에 가려움증과 건조증이 생겼으며, 피부가 딱딱해지고 얇아지면서 손톱 부근에서 통증을 겪었다. 이에 피부과를 찾아 보습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더 악화돼 왼쪽 검지에 가로ㆍ세로 1㎝ 크기 괴사가 생겼다.

그는 그 뒤 ‘방사선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연고로 치료받았지만 괴사는 더 커지고 통증도 악화됐다. 의료진은 줄기세포 치료와 자가혈액 피부 재생술도 시도했지만 통증 완화 외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은 괴사된 손가락을 자르고, 다른 조직을 이식한 뒤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김 교수팀은 투과 촬영기 등 방사선 장비 사용이 크게 늘면서 정형외과 의사의 장시간 방사선 노출 위험 또한 커지며 암, 백내장, 불임, 등 피해가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험성을 고려해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는 정형외과 의사가 1년간 방사선 노출 허용량을 전신 20밀리시버트(mSv), 눈 150mSv, 갑상선 300mSv, 손발 500mSv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mSv는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로 1m㏜가 성인 기준 1년간 방사선 노출 허용치다.

그러나 진료현장의 의사들은 방사선 차단기구가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방사선 촬영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일반인도 건강검진용 컴퓨터단층촬영기(CT)로 1회 촬영했을 때 피폭량이 13∼25mSv로 연간 피폭허용치(1mSv)의 최소 13배 이상에 달한다.

김 교수는 “X선 튜브 안에 손을 두면 분당 40mSv의 방사선 노출이 발생해 12분 30초 노출시 연간 허용량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다”며 “의사들은 피폭 위험성에 늘 노출돼 있어 전신 방사선 차폐기구와 차폐 장갑을 착용하고 방사선 촬영기와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경우는 매일 직업적으로 수십 년간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례로, 일반인들의 피폭 위험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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