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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판사 "대법관 구성원 다양화 요구를 저버렸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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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판사 "대법관 구성원 다양화 요구를 저버렸다" 비판

입력
2015.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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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용 판사,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 보수편향 후보 추천 문제점 비난

"추천위 틀 국한 말고 다시 의견수렴을" 대법원장에 요구… 젊은 판사들 동조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대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대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달 17일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자가 3명으로 압축(본보 15일자 8면)된 가운데, 현직 판사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요구를 저버렸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다시 의견수렴을 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판사들도 동조하고 나서, 대법원의 보수편향에 대한 법원 내부의 비판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송승용(40ㆍ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판사는 14일 밤 11시쯤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대법관 후보 추천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대법관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가 강민구(56ㆍ14기) 창원지법원장, 박상옥(58ㆍ11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위수(57ㆍ12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지 몇 시간 후였다.

송 판사는 ‘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한 의견’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추천 결과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강조했던 2011년 양 대법원장의 취임사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인지 냉철한 자성과 반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10여명의 동료 판사들이 “대법관 다양화에 부합하는 후보인지 의문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댓글을 다는 등 파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어제 저녁 젊은 판사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대법관 추천에 대해 성토하는 지적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오늘도 법관들 사이에서 ‘이번만큼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젊은 판사들의 여론은 “이번 후보자들도 보수성향의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50대 이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 판사는 의견서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인권ㆍ노동ㆍ환경 등 사회적 갈등요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분이 대법원의 구성원이 돼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판결에 담아내는 것을 뜻한다”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사법부의 역할 또는 사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이어 “(추천위가) 후보자의 일부 경력(비법관 출신 등)을 다양화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외형적 다양화에 그치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다양화로 볼 수는 없다”며 “대법원장이 추천위의 틀에 국한되지 않고 다시 한번 법원 내ㆍ외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취지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법관 제청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판사는 또 “제청 이전의 광범위한 (재)의견수렴은 법원 내ㆍ외부와 소통도 강화하고, 대법관 추천 절차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극복하며, 대법관 제청 절차에서의 민주적 정당성도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며 “대법관 구성의 획일성, 편협성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판결에 대한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승복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수단이자 통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으로, (대법원장이) 의견수렴 절차를 다시 진행할지 알 수 없다”고만 밝혔다. 양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은 이르면 20일 전후,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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