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상대 아시아나 주식 매각 이행소송 패소
채권단 보유 지분 매각 앞두고 박삼구 회장 측 자금 부담 커져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의 지분(57.6%) 매각을 앞두고 금호가(家)의 형제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자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채권단 지분만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까지 손에 쥘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전현정)는 15일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 이행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호석화가 채권단에 향후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금호석화가 주식양도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2010년 형제갈등으로 계열분리를 하면서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기로 양측이 채권단과 합의했는데도 금호석화가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로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돼, 박삼구 회장의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분 30.08%를 보유한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이며, 금호석화는 2대 주주다. 박삼구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고 있지만, 박삼구 회장 등 오너일가의 금호산업 지분이 10.51%에 불과한 점이 아킬레스다.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57.6%를 누가 인수하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판결 직후 “금호석화는 그 동안 수 차례 말을 바꿔가며 지분매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많이 올라 차익실현이 가능한 만큼 신속히 지분을 매각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로서 기업가치 훼손방지를 위해 정당한 의사표시를 해왔으며, 보유 지분은 회사와 주주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금호석화는 특히 “박찬구 회장의 협조의무가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장악 협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쉽사리 지분을 매각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그룹이 채권단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금호산업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입장이지만, 금호석화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이다. 금호산업 지분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 매수 후보들간의 경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매각차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유류비 절감으로 큰 폭의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점도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이유로 관측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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