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신성장산업을 지원하고 중소ㆍ벤처기업을 육성하는데 총 180조원의 정책금융자금을 쏟아 붓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미래창조과학부 등 5개 산업ㆍ금융부처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창조경제 활성화 금융정책의 대강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의 기업 성장사이클에 맞춰 투자촉진, 유망 성장산업 금융지원, 기업 인수ㆍ합병(M&A) 및 관련 증시 활성화에 단계별 자금 및 제도 지원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 ‘마중물’이 아무리 많아도 성패는 결국 ‘옥답’이 될 우량기업과 성장동력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에 달렸다.
금융위가 올해 정책금융의 무게중심을 중소ㆍ벤처기업 지원에 맞춘 건 당연하다. 국내 산업 생태계는 지난해 전체 상장사 이익의 60% 이상이 5대 기업에 쏠려있을 정도로 양극화한 상태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공룡 몇 마리만 남고 황폐화한 초원처럼 활력이 떨어져 있다. 설사 참신한 우량기업이 나와도 공룡에 짓눌리고 투자자를 못 찾아 고사하기 일쑤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역동적 혁신경제’를 언급하며 새삼 “신생기업 창업 후 (자금 부족 등에 따른)‘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창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은 성장사다리ㆍ모태펀드 등을 통해 3조원의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도 6,000억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창업ㆍ벤처기업에 대한 투ㆍ융자 지원을 10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한 것도 신생기업들에겐 적잖은 힘이 될 것이다. 아울러 올 상반기 중에 나올 모험자본육성안도 시중자금이 자연스럽게 창업 지원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연다는 점에서 구체적 내용이 기대된다.
정작 자금에 가장 목마른 건 성장ㆍ도약 단계에 이른 기업들이다. 금융위는 그런 신성장 분야 기업들에겐 100조원의 정책금융을 집행해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중점을 뒀다. 해당 기업들에겐 대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원군이 될 만하다. 또한 M&A 전문 증권사 추진이나 3월에 개장될 비상장법인 주식 거래시장(K-OTC) 2부 등도 성장ㆍ도약 단계의 기업들에겐 사업확장과 자금순환에 혈로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정책금융의 지원을 받을 만한 대상의 유무다. 정부는 일단 판교와 서울 테헤란로에 각각 조성할 ‘창조경제밸리’와 ‘하이테크 창업 캠퍼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해 유망 아이디어와 기업을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책금융의 고질병인 정실 지원, 모험 회피 경향, 실적주의 등이 현장에서 재발하면 자금은 고스란히 은행 금고에 쌓여있거나, ‘눈먼 돈’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단순 실적에 매달릴 게 아니라,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컨설팅시스템이나 금융지원 성과 평가체제 보강 등 현장의 쇄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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