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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새 무함마드 만평 보도엔… 엇갈린 세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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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새 무함마드 만평 보도엔… 엇갈린 세계 언론

입력
2015.01.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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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

종교 감수성 의도적 자극 안 돼

이슬람권 판매 금지조치에도

'내가 샤를리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든 무함마드를 표지에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를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의 한 신문 가판점 주인이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샤를리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든 무함마드를 표지에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를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의 한 신문 가판점 주인이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평으로 이슬람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테러 당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는 14일 발행되자마자 순식간에 300만부가 매진됐다. 평소 6만부를 발행해 절반 정도 팔리던 이 주간지는 바로 200만부 추가 인쇄에 돌입했다.

이슬람권에서는 형상화조차 모욕으로 느끼는 무함마드 만평을 테러에 굴하지 않고 다시 그린 샤를리 에브도의 용기 자체는 박수 받을만한 것이지만, 이 만평을 언론이 꼭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세계 주요 언론의 생각이 엇갈렸다. 테러 직후 ‘나는 샤를리다’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여론의 한편에서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며 표현에 신중할 것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요국 언론이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소식을 전하면서 이 만평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봤다.?

프랑스 “굴하지 말자” 게재 분위기

테러 발생국인 프랑스의 언론은 일제히 무함마드가 “나는 샤를리다”라는 문구를 들고 눈물을 흘리는 샤를리 에브도의 최신호 표지와 관련 만평을 게재했다. 르몽드와 리베라시옹, 피가로 등 유력지는 최신호뿐 아니라 과월호 만평까지 거듭 게재하며 언론ㆍ표현의 자유를 외치고 나섰다.

테러로 사무실을 잃어버린 샤를리 에브도의 살아남은 만평가, 기자들을 위해 자사 사무실을 빌려줬던 좌파지 리베라시옹은 14일자 1면 전면에 이 주간지의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하고 ‘판매대에 있습니다’고 구매를 유도하는 안내까지 실었다. 사설에서도 이 만평 게재를 자제하는 해외 언론을 비판하면서 “정교분리는 샤를리 에브도만이 아니라 프랑스의 방침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르몽드는 14일자 1면에 이슬람, 유대, 그리스도의 3개 종교 신자가 함께 이 만평을 즐겁게 보는 모습을 만평으로 실었다. 르몽드는 만평이 담긴 최신호 표지 전면을 지면과 웹사이트에도 수 차례 게재했다. 르몽드의 제롬 페노글리오 편집장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들이 불필요하게 모욕감을 줄 수 있지만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라며 게재 이유를 설명했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를 “어리석은 도발”이라고 비판했던 우파지 르피가로는 지면에 이 만평을 싣지 않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는 게재했다. 르 피가로는 웹사이트 초기 화면에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표지뿐만 아니라 이를 들고 줄 서 있는 시민들의 사진까지 게재했다.

미국 언론은 진보와 보수로 양분

미국 언론은 뉴욕타임스 등 종교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진보ㆍ중도 매체는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고 보수매체는 지면에 실었다.

뉴욕타임스, AP통신, CNN, NBC 등은 모두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발행 기사를 다뤘지만 표지 만평을 싣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딘 배켓 편집국장은 “의도적으로 종교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모욕하는 이미지나 사진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 우리 편집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많은 이슬람교도는 예언자 무함마드 이미지를 게재하는 것 자체를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며 “(만평 게재는)이슬람을 고려하지 않는 자기 중심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배켓 국장은 이 만평을 “풍자”라기보다 “쓸모 없는 모욕”이라고 평했다.

AP통신, NBC 등도 “무함마드 이미지를 내보내는 것은 이슬람 신자를 배려하지 않고 모욕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CNN 등 일부 방송은 중동 지역 등지에 파견된 취재 기자의 안전까지 고려해 해당 만평을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양지 뉴요커는 “너무 직설적인 프랑스식 풍자는 미국 기준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USA투데이 등은 만평을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 마틴 배런 편집국장은 “특정 종교를 고의적으로 모욕하지 않는다는 편집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만평은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으며 우리는 무함마드 이미지를 게재하는 게 모욕적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누구도 언론 자유를 무릎 꿇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보도해야 한다”며 “이슬람 급진주의자와 배후 세력에게 만행에도 굴하지 않으며 정반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율란포스트 “우린 굴복했다”

영국 언론도 대부분 만평 게재에 적극적이었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더 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신문은 13, 14일자 지면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독자에 만평을 소개했다. 더 타임스는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만평을 실었다”며 “이는 우리 신문이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학살된 언론인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뉴스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작지만 지면에 다뤘고, 가디언 역시 “보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디언의 경우 웹사이트 만평 옆에 “이 기사는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담고 있는데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경고문을 붙였다. BBC는 만평이나 표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저녁 뉴스 방송 프로그램에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를 소개하며 잠깐 지면 모습을 보여줬다. 텔레그래프도 그림을 빼는 대신 해당 기사에 관련 링크를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 언론은 중도 우파로 분류되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신문이 만평을 지면이나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대중지 빌트는 마지막 전면을 털어 이 만평을 실었고, 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유력지 타게스차이퉁도 1면에 크게 게재했다. 중도 좌파인 쥐드도이체 차이퉁,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도 만평이 보이는 사진을 실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만평 대신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쌓아놓은 사진을 조그맣게 게재하는데 그쳤다.

지난 2005년 무함마드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던 덴마크 일간지 율란트포스트는 이 만평을 다루지 않았다. 이 신문은 이미 9일자 사설에서 무함마드 만평은 어떤 경우라도 다루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테러 공포에 겁먹어왔다”며 “폭력이나 협박에 굴복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슬람권은 대부분 이번 만평을 비난하며 샤를리 에브도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만평을 소개한 언론도 있었다. 터키 신문 쿰휴리엣은 무함마드를 묘사한 만화와 함께 샤를리 에브도 내용을 발췌 번역해 게재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비난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이 신문 편집인은 이 때문에 검찰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민영언론사인 T24도 법원의 금지조치를 무시하고 샤를리 에브도를 완역해 게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日 대다수 자제ㆍ한국은 일제히 게재

일본 언론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국제면에 작게 만평을 실은 것을 제외하고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대다수 주요 신문이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발행 기사만 다루고 만평 재게재를 피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만평 미게재 이유를 “표현 행위에 대한 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언론이나 표현은 타자에 대한 경의를 잊어서는 안 되며 ‘예언자’를 그림으로 묘사하는 것을 모독으로 여기는 이슬람 교도가 세계에 다수 존재하는 이상 게재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 조노리 도시 총괄편집장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한다”면서도 “특정 종교나 민족에 대한 모욕을 포함한 표현이 있는지 미풍양속에 현저히 위배되는 표현이 있는지 등을 근거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홍보실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해야만 한다”면서도 “이번 만평 게재 여부는 사회 통념과 상황을 고려해가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국내 주요 신문은 거의 예외 없이 이 만평을 실었다. 이 만평을 1면에 게재한 한국일보는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중에는 특정 종교를 지나치게 자극할 요소들이 있어 게재에 신중해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기본 인권으로 옹호돼야 하며 이번 최신호 표지 만평은 그런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경향신문은 “독자들이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게재했다고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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