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가수가 말레이시아 팬 미팅에서 10대 소녀들과 포옹을 한 것을 두고 이슬람 율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는 친족을 제외한 이성 간의 신체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BBC는 15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국 아이돌 가수 B1A4의 팬 미팅 현장에서, 남자 가수와 포옹한 10대 소녀들의 행동을 두고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소녀들은 주저하면서도 B1A4의 멤버들과 친근한 포옹을 하며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장면들을 자아냈다. 심지어 한 멤버는 소녀의 머리에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페이스북의 유명 연예·오락 페이지에 올라왔는데, 그 게시글에는 ‘말레이시아 소녀들이 한류 가수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말레이시아 SNS에는 “한국 가수들이 이슬람 율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단 이유로 비난해선 안 된다. 다만 그 소녀들은 종교적 이유를 들며 포옹을 거부했어야만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B1A4 소속사 역시 가수들의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팬 미팅 영상의 제목에 ‘성추행’이란 단어를 쓴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 그리고 기꺼이 가수들과 포옹하고 싶어하는 팬들을 제재하는 것은 우리의 권한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을 본 말레이시아 문화청년체육부 장관인 까이리 자마루딘은 “말레이시아 소녀들은 창백하고 예쁘장해서 기생오라비 같은 한국 가수들에게서 벗어나 신앙이 깊은 데다가 잘 생기고 키까지 큰 말레이시아 남자들에게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팬 미팅이 열린 쿠알라룸푸르의 이슬람 지방 정부 당국은 샤리아를 어겼을 가능성을 염두 해 사건 조사에 들어갔으며, 그 소녀들에게 일주일 동안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이 사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대다수이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놔두자’라는 온건한 의견들도 트위터에 몇몇 올라오고 있다. ‘이슬람의 자매들’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그 소녀들과 한국 가수들이 이슬람 사회의 예민한 사람들을 건드렸다. 왜 우리는 이런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내는가?”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함지현 인턴기자(한양대 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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