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5개 정부 부처가 15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발표할 ‘역동적인 혁신경제 실현을 위한 계획’에 대한 사전 설명회 자리는 60여명의 기자들로 꽉 찼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상징 부처답게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역동적으로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은 이를 뒷받침할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미래’와 ‘창조’만 있을 뿐 ‘과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여 쪽 보도자료 중 혁신경제에 기여할 과학기술의 비중은 1쪽도 안됐다. 그나마 ▦논문 건수 위주의 양적평가 금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창업 강화 ▦‘장롱 특허’ 최소화 ▦도전적 연구 지원 ▦현장중심ㆍ문제해결형 과학기술인력 육성 등 대부분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문제이거나 이미 진행 중인 정책들이 구색 맞추기 용으로 끼어있을 뿐이다.
물론 과학기술은 다른 경제 분야처럼 역동적으로 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날 설명회에서 몇 개 되지도 않는 과학관련 정책들에 대한 기자의 기초적 질문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양적 평가를 금지하면 대안은 어떤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래부 관계자는 “기초연구 분야에선 논문 건수 평가를 계속해야겠고, 응용연구에선 실용화 지표 위주로 평가 방식을 전환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문제해결형 과학기술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나”는 물음에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사안”이라는 알맹이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학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이공계 대학 교수는 “변화가 없다. 우리 과학정책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제자리걸음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또 다른 과학자는 “미래부에선 과학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한숨 지었다. “정부가 연구개발비 증가를 강조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이 독식하고 있으며, 대다수 과학자들은 그나마 지급되는 쥐꼬리만한 연구비도 못 받게 될까 봐 할 말을 못한다”고도 했다. 연구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고 정부와의 소통은 막혀 있다는 토로다.
출연연 과학자들은 당장의 창업 성과를 내느라 정신이 없고, 실용화와 거리가 먼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더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후보 당시 “성장 중심의 과학기술 육성에서 벗어나 ‘따뜻한 과학기술’로 패러다임은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연구현장의 체감 온도는 안타깝게도 아직 영하권이다.
임소형 산업부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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