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 웬만한 음식은 할 줄 알게 됐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밖에서 사 먹는 일이 대부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늘 집 밥을 꿈꾼다. 고향에 내려갈 때면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서 허발을 하고 달려드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란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말씀하신다. “서울 가서도 때우지 말고 제대로 먹어.”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내게 끼니는 때우는 것이 되어 있었다. 바쁠 때는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혹은 주문 즉시 나오는 도시락을 먹는 일이 많았다. 먹고 나면 배가 불렀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제대로 먹지 않고 때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들이 ‘모숨’이라는 이름으로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면서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햅쌀을 주문해보았다. 갓 도정한 쌀이라 밥을 지었더니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한 입 먹어보니 꿀맛 같다. 그러고 보니 실로 오랜만에 나를 위해 밥을 지어 먹었다. 고향의 밥상에 비하면 누추하지만, 다 먹고 나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를 위해 밥을 지었더니 밥을 먹는 시간 또한 때우는 것에서 채우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밥심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한다. 잘 익은 벼 한 모숨이 잘 지은 밥 한 공기가 될 때까지는 여러 번의 ‘제대로’가 필요하다.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잘 익으면 마침내 사람의 힘이 되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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