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로 예정된 새해 국정연설에서 ‘사이버 안보’를 주요 화두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사이버 안보 논의를 촉발한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을 거론하면서 북한 문제를 정식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4일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서는 전통적인 경제와 교육 이슈뿐만 아니라 사이버 안보문제가 주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북한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19일 “소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하면서 이 사건을 ‘엄중한 국가안보 위험’이라고 규정하고 “사이버 안보를 강화해나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북한 정부와 노동당을 직접 겨냥한 새로운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12일 사이버 범죄 대응책을 발표하고, 13일에는 사이버보안 입법안을 내놓으며 사이버 안보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여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동에서는 “소니가 공격을 당했고 (중부사령부) 트위터 계정도 이슬람 지하디스트 동조자에 의해 해킹됐다”며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 할 일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캘리포니아에서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전 세계 주요인사와 보안전문가들을 초청해 고위급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사이버 안보가 오바마 집권 후반기의 새로운 국정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이후 새로운 외교독트린을 제시한 5월 웨스트포인트 연설과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 때도 북한을 거론하지 않아 북한과 한반도 문제가 후 순위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1기 첫해인 2009년 2월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가 2010년과 2011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북한은 더욱 강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할 것”,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각각 발언했다. 2012년에는 다시 북한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집권 2기 첫해인 2013년 첫 국정연설에서는 바로 직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거론하며 “핵실험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대내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거론할지 여부는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직접 거명 여부와 표현의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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