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중학교 다니던 발달장애 3급 비장애학생에 무차별 구타당해
교사·학교는 처음부터 무성의 대처 "가해자 반 옮겼으니 끝난 일" 반응
발달장애 3급인 고모(17)군의 유일한 꿈은 플루트 연주자였다. 6년 전부터 치료를 위해 배워온 플루트 실력은 지난해 8월 조선음악신문이 주최한 전국학생음악콩쿠르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경쟁해 대상을 탈 정도로 출중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으로 고군의 꿈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중학교 3학년이지만 예술고 진학시험도 치르지 못했고 방 구석에서 “학교가 무섭다”며 떨고만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으로 유명하다는 학교는 폭행사건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송파구 S중학교에서 일어났다. 고군은 같은 반 비장애 학생 A군에게 잡혀 화장실로 끌려 갔다. 평소 “왕대가리”라고 놀리며 툭툭 쳐도 가만 있던 고군이 자신에게 대들었다는 이유였다. 복싱을 배운 A군의 주먹은 매서웠다. 고군은 오른쪽 안구가 파열되고 안와골(눈 주위를 둘러싼 뼈)이 골절되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 있던 같은 반 B군은 말리기는커녕 A군 편을 들기까지 했다.
학교의 대응은 무성의했다. 고군이 A군의 협박으로 2시간 넘게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했지만 어떤 교사도 고군을 찾지 않았다. 얼굴에 피멍이 든 채 돌아온 고군을 본 교사들은 “축구공에 맞았다”는 가해 학생들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아들이 얼굴을 다쳤다는 전화를 받은 고군의 어머니 유모(51)씨는 “얼굴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측은 교장 지시라며 거부했다. 유씨는 “학교에서 사고가 나면 관할 교육지청과 경찰서, 학교안전공제위원회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보고도 하지 않고 ‘학생들끼리 다투다 생긴 일이니 합의하라’고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군은 아직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씨는 “머리에 충격을 주면 안 되는데 가만히 있다가도 폭행 당시를 떠올리면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머리를 두드린다”며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병원 치료를 받느라 중요한 콩쿠르에 나가지 못하고 예술고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던 것도 고군에게는 타격이었다. ‘플루트 연주로 생기는 미세한 진동도 상처가 아무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당분간 연주를 자제하라’는 의사의 권고에 고군은 플루트를 잡을 수도 없다. 5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졌어도 놓지 않던 플루트였다.
유씨는 현재 교육청과 학교에 ▦학교 및 관련 교사 중징계 ▦가해 학생 전학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에 대해 전반 조치하고 폭행 사건이 있던 시간대 담당 교사들에게는 서면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씨는 “학교는 내가 국민신문고에 문제를 제기해 시교육청에서 사건 조사에 나서기 전까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가해자, 교사, 학교 누구도 아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발달장애 학생들은 수업 중간에 갑자기 교실을 나가는 등 돌발행동이 많아 교사 한 명이 쫓아다니며 챙기기는 역부족이라면서 추가적인 구제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 집으로 재심신청 절차 안내문을 보냈으니 불만이 있으면 절차를 따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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