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대 의대 vs 연세대 의대… 달력으로 '제중원 뿌리 논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대 의대 vs 연세대 의대… 달력으로 '제중원 뿌리 논쟁'

입력
2015.01.15 04:40
0 0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가 설립 13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서양식 의료기관 ‘제중원’을 ‘자신들의 뿌리’라며 나란히 신년 달력에 담았다. 해묵은 ‘뿌리 논쟁’을 벌였던 양 대학이 새해부터 달력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4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 총동창회는 지난달 말 2015년 달력 6,000점을 동문들에게 배포했다. 달력에는 1~12월 매 페이지에 제중원 설립 130주년을 뜻하는 ‘제중원 130’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1월 달력에는 ‘서울대병원은 1885년 서양식 국립병원 제중원에서 출발해 (중략)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설명이 달렸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설립 130주년을 맞아 동창회 내부 홍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달력을 제작했다”며 “제중원은 우리의 뿌리여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측이 제중원을 달력에 넣은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이에 연세대 의대 측은 적잖이 당혹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늦은 연세대 의대는 산하 기관인 동은의학박물관 주도로 1~12월까지 모든 페이지에 제중원 사진 등을 넣은 달력을 만들어 다음주부터 배포할 예정이다. 이달 31일 열리는 의대 총동문회 총회에서도 달력이 뿌려진다. 박형우 동은의학박물관장은 “(달력 제작에 드는) 예산 배정과 문구 감수 작업이 다소 지체돼 ‘제중원 130주년’을 담은 달력 배포가 예정보다 늦어진 것일 뿐 서울대 의대가 했다고 따라한 건 아니다”면서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것처럼, 학술적으로 검증된 부분에 일일이 대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북장로교 의료선교사 알렌이 1885년 고종의 허락을 받아 설립한 제중원을 둘러싼 두 의대의 뿌리논쟁은 서울대 의대가 1978년 ‘의과대학사’란 책을 펴내면서 불이 붙었다.

연세대 의대는 ‘제중원 선교사들의 진료공간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졌고, 제중원 4대 원장인 에비슨이 이 기관 의학교육부를 세브란스의학교로 확장개편해 한국인 의사 7인을 최초 배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대 의대는 ‘왕립인 제중원은 국립이니 국립인 서울대 의대의 뿌리가 된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결국 두 의대의 ‘뿌리 공방’은 달력을 통해 30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