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을 근거지로 활약 중인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AQAP)는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명령에 따라 지난 7일 발생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AQAP는 테러를 수년 동안 준비했다고도 밝혔다.
14일 CNN 등에 따르면 AQAP의 고위 간부 나스리 빈알리 알안시는 인터넷에 올린 ‘축복받은 파리 전투에 대한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 성명을 통해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우리의 최고 사령관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명령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AQAP가 주간지 테러의 직접적인 배후임을 공개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안시는 “AQAP가 테러 대상을 골랐고 이를 계획하고 자금을 지원했다”며 주간지 테러가 자신들의 주도로 기획되고 진행됐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영웅들이 임무를 부여 받았을 때 이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약속을 했고 이를 충족시켰다”고도 말했다. 알안시는 테러 뒤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사살 당한 사이드 쿠아치, 셰리프 쿠아치 형제의 사진을 배경으로 영상에 등장했다.
알안시는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저지르며 쿠아치 형제를 도우려 했던 아메디 쿨리발리는 AQAP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쿨리발리는 인질극 중 사살된 뒤 공개된 동영상에서 자신을 이슬람 과격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일원이라고 소개했고 쿠아치 형제와 테러를 공모하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쿠아치 형제는 테러 초기부터 AQAP 소속을 자처했다. 알안시는 두 사건이 동시 발생한 것에 대해 “알라가 준 축복”이라고 말했다.
알안시는 성명에서 샤를리 에브도 뿐 아니라 프랑스와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프랑스가 미국의 범죄들을 공유하고 있다”며 “말리와 (북아프리카)이슬람 마그레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중앙아프리카에서 이뤄지는 무슬림 말살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탄의 편’인 프랑스는 더 많은 비극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AQAP는 9일 쿠아치 형제가 사살된 뒤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성명에서 프랑스를 추가 테러하겠다고 위협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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