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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발공헌지수'가 던지는 숙제

입력
2015.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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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국 중 27등. 최근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세계개발센터가 발표한 선진 원조공여국의 2014년 ‘개발공헌지수(CDI)’에 따른 한국의 등수이다. 세계개발센터는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가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경제사회정책 분야의 상위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이 센터는 2003년부터 매년 선진국이 빈곤국의 빈곤 타파를 위해 시행하는 각종 정책을 종합평가한 ‘개발공헌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평가대상에 처음 포함된 이후 7년째 줄곧 꼴찌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개발공헌지수란 대체 무엇이며, 한국은 왜 낮은 평가를 받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를 개선할 것인가.

종래 원조공여국의 개발공헌에 대한 평가는 대외원조액 중심으로 이뤄졌다. 나아가 국가별 경제와 인구 규모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국민총소득 대비 원조액 비율’과 ‘일인당 원조액’이 보다 객관적인 비교지표가 된다.

2013년 원조액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17.4억 달러를 지원해 선진국 단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28개 회원국 중 16등을 차지했다. 그런데 국민총소득 대비 원조액 비율로 본다면 한국은 0.13%로서 28개국 중 23등이다. 28개국 평균인 0.3%의 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1인당 원조액은 35달러로 28개국 중 23등이다. 28개국 평균인 131달러의 약 4분의 1수준이다.

사실 한국은 2009년에 처음으로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신생 원조 공여국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나라로 변신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정부는 원조를 계속 확대하고 각종 개발원조 국제회의를 주최하거나 적극 참가하고 있어 원조에 대한 한국의 지위와 역할은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세계개발센터의 개발공헌지수는 독특한 평가방식으로 인해 우리사회에 새로운 숙제를 남긴다. 개발공헌지수는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빈곤을 타파할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을 반영한다. 따라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원조, 무역, 투자, 이주, 환경, 안보, 기술 등 7개 정책분야를 선정해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개발공헌지수에 따르면 북유럽의 전통적인 소규모 공여국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에 G7에 속하는 강대국들은 원조액은 많지만 여타 지원정책의 미비로 인해 대체로 중위권에 머문다. 동유럽의 신흥 공여국은 원조액이 작고 여타 개발정책도 미비해 하위권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원조액이 작고, 다른 개발공헌정책도 미비해 최하위권을 차지한다.

한국은 개발공헌지수 중에서도 특히 원조, 무역, 안보 분야에서 최저 점수를 받았다. 경제규모에 비해 과소한 원조액, 농산물에 대한 높은 관세,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낮은 참여, 무기 수출통계의 불투명성 등이 저평가의 이유이다. 한편, 한국은 기술 지원, 빈곤국 노동자와 학생 수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발공헌지수는 일견 유럽 선진국에게 유리하다. 우리가 개발공헌지수에 부합하려면 원조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관세정책, 외교안보 분야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일각에서는 이를 과도하고 부적절한 요구로 보고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공헌지수는 한국의 ‘세계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교훈을 준다. 우선 한국은 국제사회의 경제원조와 군사지원으로 살아난 나라이다. 따라서 누구보다 경제원조와 평화유지에 대해 높은 부채의식과 책무감을 갖는다. 또한 한국은 자원빈국이며 경제적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취약국이고, 유일 분단국이며 강대국에 둘러싸인 안보취약국이다. 따라서 한국의 안녕과 번영은 세계평화와 공영에 달려있으며, 이는 한국의 핵심 국익이다.

다행스럽게 우리 정부가 선도적 중견국을 자임하고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원 확대를 다짐하고 있다. 우리 사회경제도 더욱 개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의 원조정책을 더 홍보하고, 지수평가 과정에도 참가해야 한다. 이에 힘입어 2015년에는 한국의 개발공헌지수 순위도 상승하기를 기대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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