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원조 친박이면서 최근엔 '멀박'으로 분류
이재오 "행정관까지 헛소리… 대통령 회견은 여론과 거꾸로" 맹공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동'으로 당청 갈등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친박계의 청와대 비공개 회동을 계기로 불붙었던 당청ㆍ계파간 갈등이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과 수첩 파동이라는 악재로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 대표 수첩에서 드러난 당청갈등 흔적
김 대표의 수첩에서 문건 파동의 배후로 등장한 이니셜 K와 Y는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으로, 원조 친박계면서도 최근에는 '멀박(멀어진 친박계)'으로 분류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발언의 배후로는 청와대 '십상시'중 한 명인 음종환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목되면서 “청와대의 당에 대한 평소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의 수첩에 등장하는 "실장, 정치적으로 묘한 시기여서 만나거나 전화통화 어렵다. 시간이 지난 후 연락하겠다"라는 대목의 '실장'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추론되면서 당청갈등 구조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화가 난 김 대표가 조윤선 정무수석 등을 통해 청와대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청갈등의 연장선에서 이 대목을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신년기자회견 등을 앞두고 측근들을 통해 김 실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것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진의야 어찌됐든 김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당청 소통과 관련해 "좀 더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청 간에 간극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기도 하고 그렇게 보일 수 있기도 했다"고 뼈 있는 얘기를 한 것은 당청간 이상 기류를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청갈등, 계파갈등으로 확전 양상
당청간 이상 기류는 당내 계파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등 친박과 비박간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일각에서는 비박계의 청와대를 향한 공세가 김 대표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눈치를 보기보다 각을 세우면서 당이 주도권을 장악하라는 시위라는 것이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제는 문고리 3인방 비서관들 쪽에서 행정관까지 가서 호소하고 돌아다닌다"며 "지도자는 덕목 중에 하나가 잘못된 것을 알면 빨리 고쳐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대통령) 신년 회견이 저렇게 나가면 당이 공식적으로 한마디 해야 한다"면서 "비선 실세가 있든 없든, 문고리 3인방이 국정을 농단했든 안 했든, 여론은 그 사람들 자리를 바꾸든지 인적 쇄신을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도 "대통령은 '소통을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고 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지 의문"이라며 "개혁의 동력이 집약되려면 무엇보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국정동력이 제대로 모일지 걱정"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그러자 친박계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민은 대통령과 정치권에 제발 먹고 사는 문제에 전념해 달라고 하고 있고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부분 발언을 경제에 쏟아 부었다"며 "이를 정확히 읽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존재 이유가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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