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 인양해서 내 새끼, 내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뼛조각 하나라도 좋으니 제발 어미아비 가슴에 안아보게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74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피해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추모 시민들이 몰려들던 예전과 달리 을씨년스럽기만 한 팽목항에 가족들이 모여든 이유는 이곳에 새 분향소를 설치하고 대국민 선체인양 호소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모인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30여명은 정확히 오후 4시 16분에 준비한 행사를 시작했다. 참사 당일인 지난해 4월 16일 잊지 말자고 정한 시각이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기거했던 이동주택 입구에 컨테이너 2개를 이어 붙인 분향소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단원고 2학년인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고창석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 권재근씨와 권씨의 아들 혁규 군 등 실종자 9명의 영정사진을 모셨다.
피해 가족들은 허름한 외관의 새로 만든 진도분향소에 첫 분향을 했고, 이어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4ㆍ16 특별조사위원회와 대통령, 국회, 국민들에게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최우선으로 삼아줄 것과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대책위는“우리는 고통의 시작점인 이곳 팽목항에 다시 모였다”며 “정부는 이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아직 어두운 바다 속에 묻혀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하루 빨리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 대책위는“세월호 선체는 그 자체로 세월호 참사의 증거물”이라며 “선체를 인양하지 않는다면 특별법의 목적인 진상규명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해 인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팽목항에 새 분향소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 “실종자 9명을 반드시 가족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의지이자, 선체 인양과 관련해 시간만 보내고 있는 무책임한 정부를 대신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선체 인양 촉구와 진상규명을 호소하기 위해 26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20여명의 유가족들이 경기 안산합동분향소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도보순례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유족은 3보1배도 계획 중이다.
한 실종자 유가족은“국가와 국민의 관심이 적어지는데다, 인양이 안될 것 같아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지난해 5월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처럼 인양을 통해 자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한편 정부는 세월호 선체인양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이 결과는 3월말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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