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쌍용차 공장서 전격 면담 굴뚝 농성자와도 트위터로 대화
"결국 함께 가야 하지만…" 진척 없어
"희망퇴직·정리해고 차이 몰라 사측이 제대로 설명 안 한 듯" 의혹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14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처음으로 해고노동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해고노동자는 물론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마힌드라 회장을 향해 “해고 노동자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해고자 복직 등 각종 현안을 직접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데 화답한 것이다. 첫 만남이란 상징적 의미는 작지 않지만, 해고자 복직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노조측은 마힌드라 회장이 해고노동자와 희망퇴직자의 차이를 잘 모르고 있는데, 사측이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만남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 쌍용차의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마힌드라 회장은 이날 오전9시 티볼리 생산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평택을 찾았다. 그런데 공장을 돌아보기 전 마힌드라 회장이 먼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과 만남을 요청했다. 김정운 수석부지부장은 “마힌드라 회장 방문 소식에 해고노동자 와 가족 70여 명이 오전 6시 30분부터 공장 앞에서 기다리던 중 마힌드라 회장이 ‘지부장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이유일 쌍용차 사장,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 등과 함께 오전 9시부터 20분 가량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에 따르면 마힌드라 회장은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함께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굴뚝 농성을 하고 있는 이창근 기획실장과 트위터로 대화를 주고 받고, 그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김 지부장은 “어제 신차발표회 기자회견장에서 해고자와 굴뚝 농성자에 대해 걱정해준 것에 감사하고, 소통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김 지부장은 “마힌드라 회장이 해고노동자와 희망퇴직자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아 내가 설명하려 하자, 이유일 사장이 통역을 막았다”며 “해고자 복직 문제를 이유일 사장을 통해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여러 차례 밝힌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해고노동자 복직에 앞서 희망퇴직자가 일자리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마힌드라 회장은 “2009년 일자리를 잃은 분들”이라며 희망퇴직자와 해고자를 구분하지 않아, 쌍용차 경영진이 희망퇴직자를 해고노동자 보다 복직에 있어 우선 순위를 두고 있음을 마힌드라 회장이 모르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한편 마힌드라 회장은 이날 노조와 만난 뒤 평택공장 조립라인과 연구개발(R&D) 센터를 돌며 임직원을 격려하고 현장 직원과 간담회를 열어 “쌍용차 미래를 믿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 만큼 쌍용차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임직원과 가족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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