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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명갈등

입력
2015.01.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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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성당은 기독교문화와 이슬람문화의 공존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 비잔틴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1세가 537년에 완공한 것으로 1453년 이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박물관이 되어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이슬람식 예배당이 있고 벽은 회교사원처럼 회칠이 되어있다. 성당을 박물관으로 개조하기 위해 회칠을 벗겨 내면서 수많은 성화(聖畵)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의 유리창도 스테인드글라스 형태로 형형색색 화려한 문양을 선보이고 있다.

▦ 프랑스 파리에서 최근 국제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사주를 받은 대원들이 프랑스 풍자 주간지‘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총기를 난사하는 등 잇단 테러로 1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슬람사원에 불을 지르는 등의 보복사건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종교갈등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등지에서는 대규모 반이슬람 집회가 열렸고, 반이민ㆍ반이슬람을 기치로 내건 극우 정당들이 각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문명충돌’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한다. 이슬람과 기독교문명이 충돌했다는 것이다. 새뮤얼 헌팅톤은 1996년 ‘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를 출간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구소련의 해체로 냉전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하면서 새롭게 태동하는 세계 정치구도는 문명갈등이 핵심적이고 위험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사한 문화배경을 가진 민족이나 국가들은 핵심국가를 중심으로 뭉치고, 그러한 핵심국가가 없는 이슬람권, 라틴아메리카권, 아프리카권은 불안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 실제로 유럽에서 무슬림은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일자리 다툼에서 밀려난 무슬림들의 서구사회를 향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주의자들은 공개적으로 무슬림을 비난하고, 이들을 잠재적 테러집단으로 간주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혹시 서구문명이 오만한 것은 아닌가. 그래서 무슬림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헌팅턴도 서구문명을 자처하는 오만하고 편협한 자세는 다른 문명, 특히 이슬람, 중국문명과 갈등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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