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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시장 아님 못 고쳐" 장인들 똘똘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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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시장 아님 못 고쳐" 장인들 똘똘 뭉쳤다

입력
2015.01.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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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설동 시장 살리기 일환

상인들이 추천한 기술 좋은 8명 내달 22일가지 '장인상점' 영업

14일 오후 3시 오래된 가죽 재킷에서부터 먼지 쌓인 도자기까지 잡동사니가 곳곳에 쌓여있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풍물시장. 골목 한 구석에 자리잡은 낡은 가게에서 만난 강희연(77)씨는 들뜬 표정이었다. 풍물시장의 전신인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부터 50년이 넘도록 악기를 수리해온 강씨지만 이 날 만큼은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사뭇 다르다고 했다. 이날은 강씨가 시장을 대표하는 ‘장인’중 한 명으로 시민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 장인이라는 말이 어색하고 쑥스럽긴 하지만 한 우물을 판지 수십 년 만에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다”며 연신 웃었다.

14일 서울 신설동 풍물시장 내 장인상점에서 강희연씨가 악기를 수리하고 있다. 풍물시장 제공
14일 서울 신설동 풍물시장 내 장인상점에서 강희연씨가 악기를 수리하고 있다. 풍물시장 제공

강씨가 이날부터 장인으로 참여하는 ‘장인상점’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상점이다. 서울시가 풍물시장 활성화 사업을 시행하면서 변화 방안을 공모했는데, 그 중에 채택된 아이디어가 장인상점이다. 시장에 터를 잡은 지 오래된 상인들 중에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8명을 선발해 장인상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게 하는 방식이다. 수리품목의 장인을 찾는 고객들이 사전에 사업단에 신청하고 수리를 받으면 시에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풍물시장 활성화사업단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쇼핑몰에 밀려 사라질 뻔한 풍물시장이 여전히 명백을 잇고 있는 것은 바로 수 십 년째 입소문으로 이어져온 가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서 오랫동안 자신들의 기술을 연마해온 숨은 장인들을 발굴해 풍물시장의 새로운 볼거리로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오랜 시간 단골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상인들을 추천 받아 장인을 선별했다. 8명의 장인은 각각 시계(2명), 가방, 구두, 전자제품, 노트북, 컴퓨터, 헬멧 등으로 중고 물품을 수리하는 외길을 걸어왔다.

8명의 장인 중 이 곳에 터 잡은 지 가장 오래된 강씨는 “서울시내 악기를 수리하고 판매하는 사람은 많지만 다 망가진 악기를 완벽하게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라면서 “수십 년째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의 성화로 그만두고 싶어도 이제 마음대로 그만둘 수 가 없다”고 말했다. 악기 수리뿐 만 아니라 상인과 고객들을 위한 음악회도 개최하고 있다는 강씨는 “누군가 내 기술을 전수해 풍물시장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헬멧을 리폼하고 있는 문영호(59)씨도 풍물시장에선 소문난 장인 중 한 명이다. 풍물시장의 전신인 청계천 노점에서부터 오토바이ㆍ바이크 용품을 판매하고 리폼하는 장사를 시작했다는 문씨는 “이곳 상인들은 ‘이곳이 아니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는 자부심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시장 곳곳에 존재하는 보석 같은 가게들이 더 많이 알려져 시장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인상점은 다음달 22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장인상점의 수리비용 지원금이 모두 소진되면 그 전에라도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수리접수 및 시장 활성화 관련 자세한 사항은 사업단(02-6959-7233) 또는 페이스북(facebook.com/sffmarket)에 문의하면 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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