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 많은 KT서 맏형 역할
최다 안타 기록 욕심 잊은지 오래
"팀 퍼스트" 마지막 불꽃 태울 각오
올 시즌 1군에 이름을 올린 10구단 KT의 시무식이 열린 14일 경기 수원 KT 위즈파크. 조범현(55) 감독 이하 전 선수단이 참석해 장도에 오르는 출사표를 던졌다. ‘스나이퍼’ 장성호(38)에게는 누구보다 가슴 벅찬 자리였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유니폼을 계속 입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한 때 프로야구 최장 기록인 9년 연속 3할 타율(1998~2006년)을 치는 등 국내 최고의 왼손 교타자로 승승장구했던 장성호의 야구 인생은 기록이 중단된 2007년부터 꼬였다.
조 감독이 KIA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 시즌 도중 장성호는 원정경기 숙소에서 한 차례 늦은 귀가로 조 감독의 눈 밖에 났다.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장성호는 2군행 처분을 납득하지 못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10년이 돼서야 KIA는 장성호를 한화로 보냈다. ‘원하는 결과’였지만 장성호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았다. 부상이 발단이 돼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장성호는 2013년 또 한번 롯데로 트레이드 됐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와 불투명한 미래에 롯데 2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지난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퓨처스리그에 참가한 KT와 2군 경기를 앞두고 장성호는 절친한 선배 조성환(39ㆍ전 롯데)의 손에 이끌려 조 감독의 방을 찾았다.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조성환 뒤에 숨어 머리를 조아리는 장성호에게 조 감독은 “남자가 인사를 왔으면 당당하게 하라”며 “기회가 되면 다시 같이 야구하자”며 끌어 안았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후 장성호는 롯데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KT에 입단했다.
장성호는 “그 때는 내 잘못으로 감독님이 화가 나셨는데 내가 뉘우치기보다 감독님에 대한 원망이 커져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며 치기 어린 시절의 실수를 인정했다. 사실상 마지막 팀이 될 야구 인생의 종착역은 조 감독과 재회로 해피엔딩의 기반은 마련됐다.
장성호는 양준혁(46ㆍ2,318안타)에 이어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2위(2,071안타)에 올라 있다. 올해부터 경기 수도 144경기로 늘어나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장성호는 손사래 친다. 그는 “막내 구단에 들어온 이상 개인 기록은 잊은 지 오래”라며 “팀이 하루 빨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후배들과 감독님, 찾아와 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호에게 기회를 준 KT지만, 구단 입장에서도 장성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1군 진입 2년 만에 4강에 오른 9구단 NC의 리더 이호준(39)과 같은 역할이다. 맏형 장성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막내의 반란도 꿈은 아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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