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이어 또 기록 윤제균 감독 "소통·화합을 생각했는데 유감"
주연 황정민, 1000만 배우 합류, 영화 촬영지 등 관광객 크게 늘어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으로 2009년 ‘해운대’(1,145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국제시장’은 앞서 12일 15만7,000여명을 더해 누적 관객수 984만명을 기록했다. 1,000만 관객 돌파는 역대 한국영화 중 열한 번째 기록이고 외화까지 포함하면 열네 번째다. 1,000만 관객 기록을 두 번, 그것도 연이어 세운 감독은 윤 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2001년 데뷔작 ‘두사부일체’를 시작으로 ‘국제시장’까지 6편의 영화로 3,2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감독의 자리를 굳히게 됐다. 주인공 윤덕수를 연기한 황정민도 ‘국제시장’으로 처음 ‘1,000만 클럽’에 가입하며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명량’에 이어 2014년 한 해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한 CJ E&M은 이로써 국내 배급사 중 가장 많은 4편의 1,000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에서 서독 광부 파견, 베트남전, 이산가족 찾기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가족을 지켜온 아버지 윤덕수의 삶을 그린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윤제균 감독의 설명처럼 ‘국제시장’은 주 영화 관객층인 20, 30대뿐 아니라 40대에서 60대 이상에 이르는 다양한 세대를 모으며 한 달 가까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복합상영관 체인 CJ CGV의 연령대별 ‘국제시장’ 예매율을 보면 40대 이상이 38.7%를 차지했다. 60대 이상 관객의 경우 현장 구매 비중이 예매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이 영화의 전체 관객 중 40대 이상이 절반에 가깝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사 JK필름의 길영민 대표는 “최근 들어 주 관객층이 20대 여성에서 가족 단위 관객으로 바뀜에 따라 여러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기획했는데 그게 적중한 듯하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한국 현대사를 다룬 덕에 정치적인 논쟁을 이끌어내며 흥행에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 윤 감독은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개인적인 의도로 만든 영화라서 정치가 개입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했지만 영화평론가 출신 방송인인 허지웅씨의 강도 높은 비판과 보수 언론의 극찬,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 발언 등이 맞물리면서 진영 갈등으로 확산됐다. 윤 감독은 “소통과 화합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는데 갈등과 논란이 커져 당황스럽고 괴로웠다”면서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논란이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극장가 성수기인 연말연시 ‘국제시장’과 경쟁할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점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 CJ E&M의 경쟁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는 각각 ‘기술자들’과 ‘상의원’을 내놓았고 직배사들도 ‘호빗: 다섯 군대의 전투’ ‘테이큰3’ 등을 개봉했지만 ‘국제시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영화계에선 ‘국제시장’의 라이벌이 CJ E&M의 계열사 CG CGV가 배급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12일까지 466만명 동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국제시장’의 흥행 덕에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된 부산 국제시장은 인기 관광지로 주목 받고 있다. 영화에서 ‘꽃분이네’의 촬영 장소였던 가게는 아예 이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도 했다.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과 파독전시관도 영화 개봉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화 ‘국제시장’이 관심을 모으면서 국제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관광 상품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