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현병철 체제로는 인권위 바로 세울 수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현병철 체제로는 인권위 바로 세울 수 없다

입력
2015.01.13 18:09
0 0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두 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것을 인권단체 등 NGO 탓으로 돌려 또 도마에 올랐다. 그는 엊그제 3월로 예정된 ICC의 3차 심사를 앞두고 인권위법 개정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른 나라 NGO는 이렇게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이의 제기를 한다”며 NGO에 화살을 돌렸다. 여당 추천인 유영하 상임위원은 한술 더 떠 “어떤 국가도 ICC의 요구를 100% 충족 못한다”며 ICC의 권고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극히 이례적인 두 차례 등급보류로 국제적 망신을 사고도 자성은커녕 남만 탓하고 있다.

세계 120개국 인권기구연합체인 ICC는 5년마다 각국 인권기구의 활동을 평가해 AㆍBㆍC등급을 매긴다. 한국은 2004년 가입 당시와 2008년 심사에서 A등급을 받았으나 지난해 3월과 11월 연거푸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현재 A등급은 70여개국. B등급으로 떨어지면 각종 투표권이 제한된다.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안경환 전 위원장 시절 ICC 의장국 물망에까지 올랐던 인권위로서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등급보류의 주된 사유는 인권위 구성 문제다. ICC는 인권위원의 자격요건에 관한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후보자를 공모해 심사ㆍ선정에 여론을 반영하며, 위원 구성을 다양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1차 등급보류 이후 현재 위원장만 치르는 인사청문회를 상임위원으로 확대하는 정도만 법에 반영하고 선임절차 등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대체한 개선안을 내놨다가 거듭 퇴짜를 맞았다.

현재 인권위원 11명 가운데 4명은 대통령,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4명은 국회에서 여야 2명씩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인권기구의 생명인 독립성과 자율성이 쉽게 침해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이나 다름없는 현 위원장 취임 이후 5년간 인권위는 본분을 망각하고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용산참사, 밀양송전탑 농성 등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을 철저히 외면했고,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때는 가혹행위를 확인하고도 진정을 각하했다가 뒤늦게 직권조사에 나서 빈축을 샀다.

인권단체 등은 인권위원 선임의 투명성과 공정성, 구성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 후보자추천위원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ICC의 권고에 비춰봐도 당연하고도 필요한 절차다. 현 위원장은 마지못한 듯 NGO와의 대토론을 제안했지만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인권위를 철저히 망가뜨린 그는 당장 물러나야 옳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