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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속에 뛰어들고 이불로 들것 만들고 집집마다 벨 누르고

입력
2015.01.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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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화재 현장 소방관·시민 등 주민 대피·구조 노력이 희생 줄여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12월 개봉했던 재난영화 ‘타워’의 주인공처럼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진압 과정에서도 목숨을 걸고 구출작전을 편 소방 영웅이 있었다. 의정부소방서 119구조대 김태천(44) 소방장이 그날만큼은 영화 속 ‘강영기(설경구 분) 대장’이었다. 김 소방장은 10층 건물 두 동을 쉴새 없이 오르내리며 10여명을 탈출시키고 5명을 구조했다.

지난 10일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서 불이 날 당시 김 소방장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 9분만인 오전 9시 36분. 1층 주차장에서 치솟은 화염이 차량들을 감싸며 폭발음을 내고 있었다. 그는 10층 옥상에 사람이 있다는 지휘부의 무전을 듣고 공기호흡기 하나에 의지한 채 바로 옆 건물인 드림타운아파트 계단을 뛰어 올랐다.

그 시각 검은 연기에 휩싸인 대봉그린아파트 옥상에선 입주민 10여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소방장은 60여cm 간격의 두 건물을 넘나들며 이들을 드림타운아파트 옥상으로 무사히 이동시킨 뒤 뒤따라온 소방관들에게 인계했다.

그리곤 다시 옥상을 넘어 대봉그린아파트 내로 진입했다.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주민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구조를 멈출 수 없었다. 9층에서 의식을 잃은 여성(40대)을 발견, 심폐소생술을 하며 구조헬기에 태운 그는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샅샅이 수색했다. 산소가 떨어져가고 있었지만 한시가 급했다. 5분여 흘렀을까 9층 910호에 쓰러져있던 남성(20대)을 끌어내 보조마스크를 착용시켰다. 짊어진 공기호흡기에서 산소가 부족하다는 경보음이 울렸으나 포기할 수 없었다.

김 소방장은 “다행히 1층에 도착해서야 산소가 떨어졌다”며 “숨 쉬기 힘든 상황에서 불길을 헤치고 나오는데 아찔했다”고 털어놓았다.

공기호흡기를 교체한 것도 잠시, 그는 대봉그린아파트로 다시 진입해 지하 1층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여성 1명을 들쳐 업고 나왔고 5층 503호 현관 앞에서 쓰러진 남녀 2명에게도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집안 이불로 구급용 들것을 만들어 의식이 없던 남성을 탈출시키는 기지도 발휘했다.

이날 2시간여 공기호흡기 5개를 바꿔가며 구조활동을 편 김 소방장은 “오직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처럼 의정부 화재사고의 인명피해를 줄인 의인들의 사연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시민 이승선(51)씨는 밧줄을 어깨에 걸고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구조활동을 펴는 등 주민 10명을 구했다. 육군 1군단 소속 최준혁(25) 소위는 최초로 불을 목격해 신고하고 집집마다 벨을 눌러 대피토록 했다. 드림타운 관리소장인 염섭(62)씨도 불이 난 사실을 알고 잠든 주민들을 깨우려 10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을 두드렸다.

한편 이번 화재 사망자 4명은 모두 연기흡입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소견이 나왔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초 불꽃이 튄 사륜오토바이 운전자 김모(53)씨의 불법 구조변경과 관리소홀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불이 난 건물의 소방법 위반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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