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압구정 백야, KBS 개콘… 반성 없이 지난 잘못 반복해 씁쓸
“갑자기 교통사고라니…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리나요?”
임성한 작가의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와 관련해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12일 63회 방송의 막바지에서 여주인공 백야(박하나)가 운전 중 앞 차를 들이받는다. 뜬금없는 교통사고에 시청자들은 황당해했다. 앞서 15회에서는 백야의 오빠로 출연한 배우 심형탁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임 작가의 전작에서는 등장 인물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부지기수다. 그래서인지 시청자게시판에는 “해도해도 너무하네” “상상 장면만 많다” “또 다시 낚시질” 등의 의견이 올라와있다.
‘압구정 백야’는 오빠와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의붓아들과 결혼하려는 백야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임 작가의 전작에서 보아온 클리세한 구도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복자매의 남자를 빼앗아 결혼하는 MBC ‘인어아가씨’(2002)와, 자신이 버린 딸을 며느리로 맞으려는 이기적인 모정을 그린 SBS ‘하늘이시여’(2005)의 합작품을 보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자기 복제품이기도 하다. 먹거리의 유해성을 따지는 백야는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과 비슷하다. 시도 때도 없이 점을 보거나 부적을 받아가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역시 실소를 자아낸다. ‘인어아가씨’ ‘신기생뎐’ ‘오로라공주’ 등에서 본 재벌가 부부의 애정과시 장면은 시간 떼우기 용으로 여겨질 정도로 자주 나온다. 그러니 시청률 40%를 넘었던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의 주요 장면만을 골라 끼워 넣기로 보일 때가 많다. 백야가 죽은 오빠의 아들(조카)을 안고 “다 네 할머니 때문이야. 네 할머니도 똑같이 겪어야 해”라고 할 때는 영락없는 아리영이다.
임 작가는 막장 스토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지만 MBC의 시청률 지상주의에는 변화가 없다. “앞으로 시청률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는 MBC 관계자의 말은 퇴출 요구까지 받았던 임 작가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반성 없는 태도는 KBS도 마찬가지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KBS ‘개그콘서트’와 관련해 “코미디의 풍자에 성역이 없어야 하지만 성역 없는 날카로운 풍자와 대다수 시청자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반하는 저질 편파개그는 성질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11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부엉이’에는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등산객이 부엉이의 안내를 받으며 길을 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는 장면이 나왔다. 비명소리를 들은 부엉이가 “쟤는 못 나나 봐”라고 했는데 이것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사둥이는 아빠딸’ 코너에서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온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가 여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김치녀’라는 표현을 써 비난을 받았다. 제작진은 “공영방송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해 11월 ‘렛잇비’ 코너에서도 일베를 상징하는 ‘베충이’라는 그림을 등장시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영방송이 인기 프로그램에서 과오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거기에 의도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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