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소문 자체 불쾌" K씨 "사실 무근" 해명
“도대체 누가 광주시장인지 모르겠다.”
요즘 광주시청 안팎에선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광주시 인사는 인사권자인 윤장현 시장이 아니라 윤 시장의 외척(外戚)이 행사한다는 소문을 빗댄 것이다. 지난 6일자로 단행된 4급 이상 공무원 승진ㆍ전보 인사를 놓고 이 같은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유독 인사에 민감한 공직사회에서 으레 인사 뒤끝에 나오는 구설수로 치부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논란의 중심엔 윤 시장을 돕는 ‘숨은 실세’로 알려진 이종사촌 매제 K씨가 있다. 미래경영연구원장이자 광주시장 비서실 비서관의 친형이기도 한 그는 이번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공무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간부는 13일 “이번 인사를 앞두고 K씨가 접촉해 와 인사와 관련해 이것저것을 묻더라”며 “당시 면접을 하는 느낌을 받아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K씨가 인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근무태도나 역량, 시청 안팎 여론 등을 파악해 윤 시장에게 전달했다는 뒷말도 나돌고 있다. 또 다른 중견 간부는 “ K씨가 고위 간부를 통해 나에 대한 이야기(평가)를 들었던 것 같더라”며 “아무튼 (나뿐만 아니라)K씨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인사 대상자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K씨가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윤 시장에게 전달했고, 이를 토대로 윤 시장이 국ㆍ과장급 간부들을 면접한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K씨의 시정 개입설도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시장 선거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K씨가 시정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그런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얼마 전 K씨와 전화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월드컵경기장의 육상트랙 자재 선정을 둘러싼 잡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3일로 예정된 5급 이하 승진 인사를 앞두고 벌써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K씨에게 줄을 대려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실제 K씨의 한 지인은 “K씨와 나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한 직원이 며칠 전 K씨에게 인사청탁을 좀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씨는 “윤 시장에게 2015년에 인사를 할 때는 운영적 수준에서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인사나 조직을 만들어내고 그걸 통해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체계의 전환)에 대해 시민들과 대화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작년 11월쯤부터 종종 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이번 인사와 관련해 개입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놓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광주시 인사는 K씨가 한다는 뒷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정말 쪽 팔린다”는 등의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산하 기관장 인사 과정에서부터 측근, 정실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윤 시장의 인사가 이런저런 소문까지 겹쳐 시청 내부에선 또 한 번 홍역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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