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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입력
2015.01.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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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검찰과 언론, 야당 등에서 비리나 이권과 관련해 샅샅이 찾았지만 그런 게 없지 않냐.” ‘문고리 3인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신뢰감은 깊었다. 정윤회 파문 책임은 사심을 채우려 문건을 꾸미고 빼돌린 이들에게 들씌워졌다. 내통자로 지목돼 자살한 최모 경위 역시 거기 포함됐을 터였다. 배신 대가는 가혹했다. 사진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 여유 만만한 얼굴이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그간 검찰과 언론, 야당 등에서 비리나 이권과 관련해 샅샅이 찾았지만 그런 게 없지 않냐.” ‘문고리 3인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신뢰감은 깊었다. 정윤회 파문 책임은 사심을 채우려 문건을 꾸미고 빼돌린 이들에게 들씌워졌다. 내통자로 지목돼 자살한 최모 경위 역시 거기 포함됐을 터였다. 배신 대가는 가혹했다. 사진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 여유 만만한 얼굴이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취재원이 죽었다. 기자는 못 막았다. 대통령은 달랐다. 3인방을 지켜냈다. 다 검찰 덕이다. 기준은 신의다. 철저하다. 배신자는 털고 안기면 감싼다. 정의는 어딨나. 막막한 언론이다.

“지난 5일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일단락된 ‘정윤회 문건’의혹은 모호한 실체만큼이나 여러 해석과 촌평이 뒤따랐지만, 기자인 내게는 다른 측면에서 한가지 깨달음을 남겼다. 아무리 노력해도 취재원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 (…) 지난 달 13일 자살한 최모 경위의 죄는 세계일보 기자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긴 것이었다.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의 복사본을 다른 경찰에게서 넘겨받아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전달한 것이 그의 혐의다. (…) 자살한 최 경위와 내 취재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나에게 수사 중인 사건의 내역을 알려주거나 정부 문서 등을 건네줬던 ‘고마운’ 취재원들 상당수도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엮으려면 충분히 엮을 수 있을 것 같다(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질지는 별개라도). 친한 기자가 물어보니까 거짓말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취재가 안돼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내가 안쓰러워서, 혹은 정말 문제가 있는 사안인데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등등 이런 저런 선량한 이유였다고 해도 말이다. 최 경위가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내용을 사실로 믿고 언론에 고발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해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았듯이. 그러니 내 취재원들과 최 경위의 차이는 현행법상 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다. 최 경위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내용을 기자에게 줬다는 것뿐. (…) 지금까지 취재원을 찾아내기 위한 수사는 금기시돼 왔다. (…)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사회고발은 ‘익명보호’를 원하는 취재원들의 역할이 크며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면 언론도 존재이유가 없다. 만약 최 경위가 세계일보 기자에게 건넨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었다면 어땠을까. 현행법을 어겼다고 해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고발하고 그에 따른 쇄신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문건 내용은 허위로 결론 났고, 허위 문건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이를 언론에 건넨 최 경위는 그에 걸 맞는 동정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지만. (…)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처벌하라 하고, 또 실정법 위반이 맞으니 내몰려 수사한 것을 두고 수사팀을 지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참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이를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농담도 하며 여유가 넘쳐 보였다. 무서울 것이 없는 권력의 꼭대기에서 보자면 기자의 마음을 치는 취재원 한 명의 죽음 따위 이미 잊어버렸겠지.”

-취재원의 죽음을 막지 못할 때(한국일보 ‘36.5°’ㆍ이진희 사회부 기자) ☞ 전문 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핵심 3인방’의 거취에 대해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질문으로 나온 세 비서관의 교체 여부에 대해 “저는 그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해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검찰ㆍ야당 등에서) 다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비리가) 없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정윤회 문건’ 유출로 비선(秘線) 실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3인방에 대한 교체 요구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인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답변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이 있다. (…) 검찰은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해 수사했다. 이 세 비서관의 개인 비리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은 검찰에 소환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마치 이들을 검찰의 먼지 털기식 수사와 야당의 융단폭격에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돌아온 장수(將帥)인 것처럼 인식하는 듯했다. (…) 이 비서관들은 박 대통령과 세상을 연결하는 수문장 역할을 해왔다. 많은 국민의 걱정은 그 ‘3인방 체제’가 지나치게 공고해져서 오히려 대통령을 세상과 단절시키는 것 아니냐는 데에 있다. (…) 전(前) 정권 출신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3인방에 대한 믿음과 애착이 저 정도라면 어느 장관이든 휴대폰에 3인방 번호가 뜨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전화를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 세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17년째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소신이나 신념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아집이나 독선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역시 ‘3인방’(조선일보 ‘기자의 視角’ㆍ김경화 정치부 기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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