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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침니 침니

입력
2015.01.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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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중부 카파도키아의 동굴 투어 가이드는 굴뚝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박해 받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어둡고 추운 동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말이다. 좁은 굴뚝으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음식과 옷가지가 배달되었다고 한다. 바람이 많은 그곳은 바위들이 버섯 모양으로 깎여 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동굴들이 버섯 모양의 바위 아래 미로를 짜고 있었다. 가이드는 영국 유학 중에 고향에 잠시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 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자부심으로 빛났다. 침니 침니 하는 그의 음성이 아름답게 들렸다. 요즘 우리에게 굴뚝은 연기만 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높고 추운 그곳으로 자꾸 올라간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굴뚝의 말은 비수처럼 꽂힌다. 어떻게 밥을 먹는지, 잠을 잘 수는 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라디오 뉴스에서 인터뷰 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굴뚝과 바다, 한국어의 몇몇 일반명사는 이제 고유명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잊지 못할 사건이 들러붙어 있으니 그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용산, 밀양, 강정 등의 지역명에도 삶의 힘겨움이, 사람들의 고통이 담기게 되었다. 그렇게 말 속에 기억이 부착되고 말의 역사가 되는 것이니 우리가 쓰는 말은 공짜가 아니다. 오늘도 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이들에 비해 우리는 너무 쉽게 말을 내뱉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의 빚에 대해 생각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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