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당국자들이 한반도와 일본을 대하는 정서가 최근 사뭇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전통적 우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래의 친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반면,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핵문제와 사이버테러를 앞세워 북한의 호전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모습이다.
12일 미 국무부는 한반도와 일본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자료를 배포했다. 먼저 일본에 대해서는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뉴욕 방문을 소개했다. 국무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러셀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저팬 소사이어티’가 개최하는 오찬 모임에 참석한다. ‘미국과 일본: 동맹, 글로벌 동반자, 미래의 친구’라는 제목이 붙은 이 모임에서 러셀 차관보는 태평양 전쟁 종전 이후 미국 안보에 대한 일본의 기여를 평가하는 한편, 향후 미국이 구상하는 세계 전략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존 케리 국무장관과 러셀 차관보가 자리를 비운 워싱턴에서는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3일 오전 10시부터 북한 정권의 호전성에 대한 의회 설명회를 개최한다. 김 대표가 소개할 내용이 미리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언론에 밝힌 ‘북한의 위협:핵, 미사일, 사이버테러’라는 제목만으로도 북한이 미국의 안보에 절대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은인자중(隱忍自重)하던 친일 성향의 미국 주요 인사들의 최근 공개적으로 한일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노골적으로 일본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같은 날 한반도와 일본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의 행사를 개최하는 의도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미 국무부가 한국 언론의 거듭된 질문에 ‘한반도에서 남북 대화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기는 했으나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북한 정권이 미국 기업인 소니 픽처스 해킹 공격을 벌인 것에 대해 미국 조야(朝野)는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대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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