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오늘도 어김없이 야자를 갑니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 멘토링을 시작하겠죠. 하 스펙 쌓으려고 별 걸 다 하네”(@toi*******)
“히히 또 대학생 멘토링 지원해야지~ 만약 이거 되면 또 막간 돈벌이”(@hom**)
트위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대학생 멘토링 관련 글이다.
대학생 멘토링이란 80~90년대 대학생의 봉사활동이었던 ‘야학’이나 ‘공부방’과 비슷하게 중고등학생들에게 학습이나 상담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뜻한다. 1999년 처음 도입된 이래 2012년엔 기업 및 공공기관 1,500여곳 중 26.9%에서 실시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학생 멘토링에 대한 불만의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행기관이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마련하지 않아 멘토들이 알찬 수업을 하기 어렵고, 멘토인 대학생에게는 ‘고액 아르바이트’, 멘티인 중고생에게는 ‘대입 스펙’으로 인식되면서 본질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본 기사에 활용된 자료 사진들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부실한 멘토 교육 … 멘토가 될 준비가 필요한 대학생들
“프로그램이 다 끝난 후에야 성공적인 멘토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멘티와 친해지기’라는 걸 알게 됐어요. 미리 배웠다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죠.”
2012년 경북 안동의 한 중학교에서 대학생 멘토로 활동한 조윤주(22)씨는 처음 참여하는 멘토링 수업이 막막했다. 사전 교육을 통해 도움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그가 담당교사로부터 받은 교육은 1시간 가량 안내사항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조씨는 “담당 교사와는 첫날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치다 어려움을 겪어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실시되는 전체 멘토링 프로그램 중 36.8%는 멘토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멘토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대학교 봉사단과 구청이 주관한 글짓기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최호철(26)씨는 “교육 내내 ‘글쓰기란 무엇인가’같은 이론적인 강의만 이어졌다”며 “당장 멘토링에 뛰어들어야 할 내게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더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교 멘토링 프로그램 담당자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게 아니라 멘토링 기획자 한두 명의 의지에 따라 프로그램 전체의 질이 좌우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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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7배 넘는 고액 시급...‘꿀알바’된 대학생 멘토링
국내에서 대학생 멘토링은 지식 나눔을 통해 교육혜택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 애초 봉사활동에 가까운 프로그램인 만큼, 그 동안 일선 학교나 구청에서 멘토에게 지급하는 활동비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월 20만~3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대기업이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3주 활동비가 200만원이 넘는 ‘고액 멘토링’도 하나 둘씩 등장했다. 고액 멘토링은 적잖은 돈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력서 빈칸을 채워 스펙도 높일 수 있는 ‘꿀알바’로 통한다.
지난해 7개월 간 모 대기업이 주최하는 멘토링에 참가한 대학생 김정현(20)씨는 자신에게 멘토링은 “봉사라기보다 돈벌이에 가깝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기껏해야 소정의 활동비만 지급하는 다른 멘토링과 달리 시급이 3만7,500원이나 된다”며 “처음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이 수업을 잘 듣지 않으니 열정이 생각보다 쉽게 사라져 버렸다”고 털어놨다.
멘토의 열정이 사그라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멘티들의 몫이 된다. 지난해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티로 참가했던 박설아(18)양은 멘토의 불성실한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양은“멘토들끼리 수업 방법조차 합의되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심지어 수업 준비물도 제대로 챙겨오지 않았다”며 “먼저 입시를 치른 선배들에게 뭔가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아 참여했는데, 실상 멘토링을 아르바이트쯤으로 여기는 듯한 그들의 태도에서는 무엇 하나 얻어갈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멘토링은 멘토들에게만 스펙? 멘티들에게도 스펙!
멘토링 참가는 비단 멘토에게만 ‘스펙’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나 농어촌특별전형처럼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입시 전형에서 멘토링을 받았다는 것은 멘티들에게도 소중한 스펙이 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 멘티들은 멘토링 참가 자체에만 매달릴 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기도 한다.
지난해 양평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캠프에 참여한 대학생 송승연(22)씨는 불성실하게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송씨는 “참가한 아이들은 대부분은 멘토링 참여가 스펙이 될 수 있는 농어촌 전형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멘토링 경험이 많은 멘티들은 멘토를 믿고 따라 온다기보다 학력으로 멘토들을 비교하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공신닷컴’의 대표 강성태씨는 성공적인 멘토링을 위해서는 멘토링 전반에 대한 탄탄하고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멘토 교육은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는 방법처럼 당장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있어야 한다"며 “멘토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고, 언제든 스태프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리 인턴기자(경희대 사회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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