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44)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는다. 대외적인 이미지보다 본연의 일에 열중한다는 게 현대차측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피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이런 정 부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한 ‘2015 북아메리카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행사장에 등장했다. 4년 만에 모터쇼 무대에 올라 세계 언론을 향해 유창한 영어로 현대차의 비전도 설명했다.
앞서 국내 기자들과 만남의 시간도 있었다. 2013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언론과 만난 적이 있지만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의응답을 한 것은 201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이후 처음이다. 정 부회장의 단답형 대답과 낮고 조용한 말투, 언론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해 보였다.
마침 이날 한국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일부를 매각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며칠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고 출장 중이라 저도 돌아가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며 “승계 그런 것보다 지배구조 쪽으로 이해해 주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상 상장 기업은 기업 총수 등 특수관계인과 그 직계 가족이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식한 답변으로 해석되지만 ‘지배구조’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 때문에 곁에 있던 현대차 관계자는 곧바로 “질문 자체가 ‘승계냐, 지배구조냐’여서 그렇게 답한 것 같은데 공정거래법을 의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배석한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과 김원일 상품전략 부사장도 일부 설명을 더했다.)
-얼굴이 좀 탄 거 같다.
“요새 잠을 못 자서 그렇다.”
-모터쇼는 봤나.
“오전에 좀 둘러봤다. 일반적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친환경차, 고성능차 등 거의 다 나온 것 같다.”
-이전 디트로이트 모터쇼와 차이를 느끼나.
“유가 하락 때문에 아무래도 SUV와 픽업트럭, 고성능차 많이 늘었다. 유가가 계속 이렇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엔저로 인해 미국시장에서 어렵지 않나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경쟁력 있는 차가 더 나와야 하는데 신차가 올해보다 내년에 집중돼 있다. AD(아반떼 후속)가 연말 쯤 미국에서 나오면 판매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또 쏘나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차 판매에도 집중하겠다. 달러와 엔화가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 환율은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제네시스가 ‘2015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로 올랐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되면 좋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
(양 부회장) 같은 차(제네시스)로 두 번 수상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모터쇼에서 현대차 퍼포먼스가 다른 업체들보다 화려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느꼈나? 우리는 있는 그대로 한다.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실이 중요하다. 물론 보여줄 때는 보여줘야 하지만.”
-조금 전 유일하게 캠리에 타보더라. 이유가 있나.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토요타 차고, 인테리어도 보고 싶었다. 남양연구소에도 있긴 하지만 한번 더 보고 싶었다.”
-머스탱 등 북미 올해의 차 후보도 많이 봤다.
“머스탱은 관심도 많고, 좋아하는 차다. 고성능차라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차이기도 하다. 중요한 차라고 생각한다.”
-고성능차 언제 나오나.
“2017년쯤 나올 것 같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김 부사장) “사이즈가 제네시스보다는 좀 작을 것이다. 고성능차 정의가 다양한데 일차적으로 가장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폭스바겐 형태(R라인)의 고성능차, 이게 우리에게는 가장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 미국의 머슬카는 동양계 브랜드로서는 좀 어려울 듯 하다. 그 다음 단계는 슈퍼카다. 단계적으로 검토해볼까 준비 중이다. 지난해부터 유럽 WRC에 참가해 상당히 좋은 성적도 냈고, 그와 같은 형태로 갈 거 같다. ‘N’(남양연구소 이니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이 한국에서 이슈다.
“진행 중이라 아직 말할 게 없다. 홍보실에서 나중에 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직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에도 갔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가전업체가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중소전자업체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CES 자동차 섹션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자동차 쪽은 속도가 늦다. 품질이 중요하니까 단기간에 많이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ㆍ기아차 제외하고 콘셉트카 포함해 꼭 갖고 싶은 차가 있나.
“많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것과 비슷할 거 같은데, 아직 몇 군데 안 가봤고, 자세히도 못 봤다.”
-현대글로비스 관련 후계구도, 지배구조 변화 등 수많은 해석이 있다. 어떤 게 맞나.
“출장 중이라 돌아가봐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며칠 후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승계 그런 것 보다는 지배구조 쪽으로 이해해 주면 될 듯 하다”
-의도적으로 언론을 피하는 것인가.
“자주 만나면 좋을 텐데 특별한 게 없기도 하고 그렇다.”
-수행원 없이 혼자 전용기 아닌 일반비행기로 미국에 왔다.
“어떤 이유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출장 일정이 그렇게 됐다.”
-미국 출장 중 만난 인사들 있나.
“사업상 자동차 업계 분을 만났지만 그분들 프라이버시가 있어 밝힐 수는 없다.”
-올해 신차 별로 없는데 일본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하나.
“신차는 많이 없어도 진행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이 있고, 가격 측면에서 일본차가 많이 싸서 필요하다면 우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조정을 하겠다. 다른 메이커들도 그렇겠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2016년을 대비하겠다.”
-국내 점유율 하락하고 있다. 국내 시장 소홀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긴장하고 신경도 많이 쓰고 있다. 내부적으로 비상이라 생각한다. 작은 얘기라도 들으면 바로 시정하고, 그런 마인드를 전체 직원들이 가질 수 있게 하는 중이다.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미국 시장 가격 조정은 ‘제값받기 정책’의 변화인가.
“그건 아니다. 워낙 엔저 때문에 차 값이 많이 낮아지니까 상황에 따라 다른 메이커가 하듯이 파이낸싱이나 리스 등의 조건을 바꾸고, 인센티브 강화하는 등의 전략이다.”
-온라인에서의 부정적인 여론, 불안한 노사관계는 어떻게 보나.
“인터넷 댓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잘해야 한다. 노사문제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너무 길다.”
-현대차그룹 지난해 800만대 돌파했다. 앞으로의 방향은.
“난 현대차만 보고 있다. 그룹 전체는 회장님께 복안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전력 부지 개발에 대한 개인적 구상 있나.
“차를 만들고 출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특별한 아이디어 없다. 그룹차원에서 할 것이다.”
-고성능 해외 브랜드 인수는 생각 안 하나.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다. 현대ㆍ기아차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알버트 비어만 BMW 고성능 기술 책임 담당자 등 핵심 인력 데려오는 데 직접 관여하나.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남양연구소 등과 같이 검토하고 오랜 기간 동안 생각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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