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발단은 김모(53)씨가 아파트 1층에 주차해놓은 4륜 오토바이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결과 김씨가 건물에 들어가고 몇 분 뒤 오토바이 안장 부분에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난 것을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오토바이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오토바이는 대만에서 2000~2005년 생산한 모델로, 국내 한 모터사이클 업체가 수입해 판매했다. 생산된 지 10년 가량 지났지만 엔진 구조가 단순해 일부 부품만 교체한 뒤 계속 사용 중인 차량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차동장치(방향 전환시 바퀴 회전 속도를 조절해 차선 이탈을 막는 안전장치)가 없어 자동차관리법상 번호판을 달지 못한다. 때문에 주로 농로 주행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방화가 아닌 기계 결함으로 인한 발화라는 전제 하에 전문가들은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느닷없이 불꽃이 튄 이유에 대해 노후한 배선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오토바이 수리 전문가 A씨는 “안장 속 배터리에서 앞쪽에 설치된 엔진으로 이어진 전선이 낡으면 합선될 수 있다”며 “이 전선에는 누전을 차단하는 퓨즈도 없다”고 말했다. 노후 전선에서 발생한 불꽃이 오토바이를 덮고 있던 비닐에 튀면서 불이 났다는 추정이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개조도 원인일 수 있다고 봤다. 서울 충무로의 한 오토바이 판매점 사장은 “오래된 4륜 오토바이의 경우 방전이 자주 돼 원래 장착된 저용량 배터리를 대용량 배터리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전기계통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오토바이를 수입한 업체 관계자는 “손잡이에 열선을 설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합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