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어머니, 자나깨나 자식걱정, 아들 "어떡하면 엄마 편할까" 연구
타고난 체질도 한 몫… 몇달 전 골절 한 달 만에 완쾌
소식·채식위주 식습관
“가난해서 잘 해 준 것도 없는데 자식들이 애미(어미)라고 백살이 넘어도 잘 해 주는 게 고맙기만 하지.” 경북 경주시 이계순(104) 할머니.
“어머니께서 집에 계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든든합니다. 증손자 고손자들 커가는 것을 보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돌아가신 뒤에 결코 후회하지 않도록 모시겠습니다.” 아들 최귀환(67)씨 부부.
장수의 비결은 타고난 체질, 식습관과 더불어 무엇보다 따뜻한 가족애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북 경주시 외동읍 방어리 이계순 할머니 가족은 100살이 넘었다는 점과 함께 할머니의 자식사랑과 자식들의 지극한 효성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할머니는 호적상으로는 1908년생으로 돼 있지만 가족들은 1911년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출생신고를 늦게 하거나 서류 정리 과정에서 오기가 흔했던 터라 자식들의 기억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가 사는 마을은 ‘아사달 아사녀’의 설화가 깃든 영지못을 끼고 있는, 1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지난달 말 찾아 본 이 할머니는 기자를 보고 “우리 아들하고 며느리는 나한테 잘 하고 있고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찾아왔냐”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식만은 지켜야 한다는 어머니의 본능이 발동한 듯했다. 며느리 유영난(66)씨는 “어머님께서 동네사람들과는 서로 얘기를 잘 하시는데, 낯선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며 “삼시세끼 너무나 잘 드시고, 아들도 칠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끔찍이 챙긴다”며 시어머니 자랑을 늘어 놓았다.
유씨 말처럼 이씨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소식을 하고, 채식을 좋아한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식습관이기도 하다.
자식들의 효심은 곳곳에서 느껴진다. 아들 최씨는 ㄷ 자 형태의 한옥을 리모델링하면서 할머니 방에 큰 창을 만들었다. 집에 있을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바깥 구경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불교 신자인 모친을 위해 방안 곳곳에 불경과 관련한 액자를 걸어 두었다. 시내에 볼일이라도 있어 나가게 되면 모친이 좋아하는 반찬거리를 잊지 않고 사 온다. 유씨는 “바깥양반 형제가 3녀1남인데, 우애가 좋고 효심이 남다르다”며 “아마도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은 아마도 자식들 효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불안한 점도 없지 않다. 몇 달 전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넘어져 손목이 불러졌다. 얼마 전에는 넘어지면서 얼굴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 유씨는 “어르신들은 한번 뼈가 부러지면 몇 달, 1년 가까이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어머님은 한 달 만에 골절부위가 다 아물었다”며 “정말 타고난 체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맘을 편히 가지는 것도 장수의 요인으로 보인다. 정기적으로 이 할머니를 방문, 건강을 살피고 말벗이 되어주고 있는 요양사는 “한번 방문하면 3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일제강점기부터 근ㆍ현대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아들 사랑도 지금도 여전하다. 최씨가 외출했다 귀가가 늦어지면 안절부절 한다. 집에 들어오는 아들 얼굴을 봐야만 잠자리에 든다. 지난해 경주시가 관내 장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수증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도 최씨의 자식 자랑은 끝이 없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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