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노인에 패딩 등 해마다 기부
올핸 재학생들이 기부한 헌 옷 위에 디자인 감각 한껏 뽐내 제3세계로
“이 옷을 받고 즐거워할 이웃들을 생각하면 힘든 생각이 사라져요.”
지난달 말 해외 봉사단체 ‘옷캔(옷can)’에는 특별한 옷들이 전달됐다. 건국대 의상디자인과 봉사동아리 ‘터치’가 헌 옷을 수선해 만든 ‘리폼 옷’ 60벌이다. 낡은 옷을 수선한 정도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젊은 대학생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한껏 가미한 수준작들이다. 이 옷들은 제3세계 국가들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박준형(24)씨는 “‘터치’에는 우리의 손짓이 희망에 닿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소중한 가치관을 잃지 않고 작지만 꾸준히 기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한 개씩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난해 9월 4번째 프로젝트 ‘re-born(리-본)’을 시작하게 됐다. 옷을 만드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셈인데, 기존 프로젝트였던 ‘터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 보자는 뜻을 담았다.
먼저 건국대 재학생들로부터 60여 벌의 헌 옷을 기부받았다. 옷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 수선이 필요한 곳에 여러 천 조각을 덧대는 ‘패치워크(patch-work)’를 거쳤다. 여기에 예쁜 라벨을 붙여 선물 받는 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도 담아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터치 활동은 2011년 시작됐다. 수업 실습 후 남은 천 재료들을 사용해 그 해 겨울 광진구 지역 독거 노인들에게 패딩 점퍼 30벌을 만들어 기부한 것이다. 2012년에는 청각장애인 합창단에 개인 연주복을, 2013년에는 행복나무 소년소녀합창단원들을 위한 합창단복을 지어 선물했다. 이 때는 작지만 외부 지원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회원들이 연초에 대거 졸업하고 신입 회원 수가 격감하면서 작업 인력이 크게 부족해졌다. “아름다운 전통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외부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옷을 만들어주기 보다는 헌 옷을 기부받아 간단한 리폼 작업을 거쳐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부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하지만 헌 옷은 생각만큼 빨리 모이지 않았고 기말고사 기간과도 겹쳐 시간도 부족했다. 열흘 정도 야간 작업을 강행한 후에야 겨우 ‘데드라인’을 지킬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리본’ 프로젝트를 확대해 건대 학생 전체를 위한 재능기부 프로젝트로 진행해볼 생각이다. 이와 별개로 터치만의 프로젝트로 계획 중이다.
박씨는 “헌옷 기부 문화를 대표 문화 프로젝트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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