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중랑천 합류점서 측정, 2월 70마리 VS 8월 96만 마리
건기·우기 특성 고려 없는 조사 탓 "시기와 방법 세밀해져야" 지적
서울시가 매월 실시하는 청계천 수질측정에서 검출되는 총대장균 수가 한해 최대 1만배 이상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오는 것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수질을 측정하기 때문인데, 측정시기와 방법에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중랑천 합류부 지점에서 지난해 7월 총대장균이 1만8,000마리(100㎖ 기준)가 검출돼 청계천 수질측정 가운데 제일 많은 총대장균 수를 기록했다.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해 1월 54마리가 검출된 것과 비교해 330배 가량 많은 수치다. 2013년 8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총대장균이 무려 96만 마리가 검출돼 같은 해 2월 검출량(70마리)보다 1만3,700배나 많은 대장균 검출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차이는 청계천 수질을 측정하는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이 우기와 건기 등 측정시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측정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청계천뿐 아니라 서울지역 모든 하천의 수질측정을 하는 환경연구원은 계획된 일정에만 맞춰 청계천의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평상시 비가 오지 않으면 하수는 청계천에 유입되지 않고, 차집관거에 모였다가 곧바로 중랑물재생센터로 이동해 걸러진다. 그러나 시간당 12㎜의 비가 내려 차집관거 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하수와 우수(빗물)가 섞인 오염수가 그대로 청계천에 방류돼 수질이 악화된다. 통상 서울 뚝섬 인근 뚝도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청계천 유지용수는 수질 및 수생태계 하천생활환경 2등급(1,000마리 이하)으로 일반적인 정수처리만 거치면 생활용수 또는 수영장 용수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시의회 유청(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들쭉날쭉한 수질측정 결과가 지속되는데도 시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하다못해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해 2월 수립한 ‘청계천 2050 마스터플랜’을 통해 우기 동안 청계천 상류에 유입되는 오염수를 막고, 이를 하류에 대량 방출하는 방안도 고민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상류보다 오염이 심한 하류의 수질이 더 심각해질 수 있어 사실상 이 계획은 접은 상태다.
시는 이 같은 결과가 수질측정 시기와 장소에 따른 문제일 뿐 수질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기의 경우 청계천에 오염수가 배출될 경우 시민들의 보행을 통제하는 등 안전대책도 갖춰진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원래 하천 수질관리 기준 자체가 없지만, 청계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고려해 수질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봐도 하수와 우수를 모으는 시설이 완전 분리된 곳은 울산 태화강”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세밀한 측정을 위해 매달 청계천 모전교(상류) 무학교(중류) 중랑천합류부(하류) 지점에서 수질을 측정하는 환경연구원이 비 오는 날을 구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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