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유격수 자리에 모험 기용, 박병호 받치는 5번엔 스나이더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특히 40홈런 유격수 강정호(28)가 빠지는 넥센에 더욱 와 닿는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4년 계약에 임박한 강정호는 지난 시즌 공수에서 존재감이 상당했다. 강정호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9.42다. 팀에 9승 이상을 안겼다는 의미다.
염경엽(47) 넥센 감독은 강정호의 공백을 메울 선수로 윤석민(30)과 새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3)를 지목했다. 윤석민은 유격수로, 스나이더는 4번 타자 박병호(29)의 뒤를 받치는 5번 타순에 선다.
윤석민의 유격수 기용은 일종의 ‘모험’일 수 있다. 1루와 3루 코너 내야수를 주로 맡았던 윤석민은 수비 범위가 넓은 유격수를 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염 감독은 윤석민의 절실함과 가능성을 봤다. 염 감독은 “엄청난 기회가 왔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도록 얘기했다”며 “이를 놓치면 다시 백업 인생이다. 윤석민 본인도 도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트레이드로 두산에서 넥센으로 이적해 3루수 김민성(27)의 빈 자리를 대신 하거나 1루 수비를 맡기도 했다. 지명타자, 대타 출전도 있었지만 주 포지션은 3루였다.
유격수로의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을 위한 과제는 체중 감량이다. 현재 88㎏의 체중을 줄여야 순발력을 늘리고 경쾌한 스텝을 밟을 수 있다. 염 감독은 “빠른 타구를 잘 처리했고 풋워크(발 움직임)나 사이드 스텝도 좋은 편이었다”며 “다만 느린 타구를 처리할 때는 약점을 보여 체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백업 내야수로 99경기에 나가 타율 2할6푼7리 10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스나이더는 강정호의 장타력을 대신할 자원이다. 지난해 LG에서 조쉬 벨의 대체 선수로 뛰었던 그는 정규시즌 때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으로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가을 사나이’로 우뚝 섰다. NC와 넥센을 상대로 각각 치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8경기에서 타율 4할3푼3리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넥센은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스나이더를 재빨리 영입했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활약도를 높게 평가했다. 이장석 대표는 “2012년부터 관심을 갖고 영입 리스트에 올려놨던 선수”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병호 또한 “모두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함께 중심타자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반겼다.
넥센은 박병호 뒤에 서는 5번 타자가 강해야 한다. 5번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면 상대 투수는 홈런왕 박병호와 승부를 피한다. 지난 시즌까지는 강정호가 버텼기 때문에 박병호도 정면승부를 할 수 있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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