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만 따르지만 속으로는 딴 마음을 품고 음모를 꾸민다는 뜻)라는 표현을 써 가며 일부 중국공산당 간부들을 비판한 사실이 새롭게 공개됐다. 양봉음위는 북한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는 과정에서 썼던 표현이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중앙문헌연구실이 공동으로 출판한 ‘시진핑의 당풍염정(簾政) 건설 및 반부패 투쟁에 관한 발언 요약집’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에서 “일부 간부들이 익명으로 무고하고 유언비어를 조장하며 자행기시(自行其是ㆍ자기가 옳다고 생각해 제멋대로 하는 것), 양봉음위, 당 중앙을 모함하는 행위 등을 일삼고 있다”며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 주석이 자신을 무고하고 모함하는 당내 세력이 존재한다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또 지난해 1월 군중노선교육실천 관련 회의에서 “일부 부패분자들의 탐욕은 액수가 크고 죄질도 나빠 사람들로 하여금 몸서리를 치게 만든다”며 “일부 지방은 간부 1명이 걸리면 탑이 무너지듯 내려앉을 정도로 조직적인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이어 “부패가 있으면 반드시 처벌해야 하며 감히 부패를 저지르지 못하는 분위기(不敢)에서 나아가 부패가 불가능(不能)하고, 더 나아가 생각조차 못하도록(不想)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13년 1월 중앙기율위원회 2차회의에서도 “부패는 사회의 암”이라며 “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반드시 당도 나라도 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민들이 가장 증오하는 것이 부패와 특권 남용”이라며 “당과 인민 군중의 혈육관계를 끊는 가장 큰 살상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특히 반부패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앙순시조에 대해서는 ‘황제가 하사한 보검’이라며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는 “반부패 투쟁에서 목표 상한선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반(反)부패 투쟁은 올해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12일 베이징(北京)에선 18기 중앙기율위 5차 전체회의가 개막됐다.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체회의에선 올해 반부패 투쟁의 중점 분야와 방향 등이 논의된다.
한편 시 주석의 반부패 투쟁에서 여성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31개 성(省)급 지방 기율검사위 가운데 산시(山西) 장쑤(江蘇) 간쑤(甘肅) 하이난(海南) 신장(新疆) 등 5곳의 기율위 수장이 여성이라고 경화시보(京華時報)가 12일 전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렴도와 치밀성이 높은 여성들이 ‘호랑이’(부패 고위 관료)를 잡는 데 두각을 있다는 평가다. 특히 황샤오웨이(黃曉薇) 산시성 기율위 서기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인맥인 산시방(山西幇)을 초토화하는 데 앞장섰다.
해당 지역 공직자보다는 다른 지역이나 중앙기관에서 일하던 인사를 기용하는 ‘낙하산 인사’도 31명 가운데 22명을 차지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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