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테러규탄 거리 행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불참한 것을 두고 미국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테러에 대한 국제 연대를 보여줄 자리에 정작 대테러 전선의 주요 축인 미국의 지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파리 거리 행진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기구 수반 등 여러 국가 지도자들이 대거 어깨를 나란히 했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행진을 함께 했다.
40여개국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 정작 미국을 대표한 사람은 제인 하틀리 프랑스 주재 대사였다.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이 대테러 안보회의 참석을 위해 파리를 찾았으나 행진에는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적어도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정도는 파리 행진에 참여했어야 미국의 위신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지적이다. 케리 국무부 장관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경제협력 회담을 위해 인도를 방문 중이다.
비판이 일자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나 부통령에 대한 경호가 파리 행진 같은 우리가 주도하지 않는 행사에서는 흐트러질 수 있다”며 불참 이유를 우회적으로 CNN에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은 경호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참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CNN의 ‘글로벌 퍼블릭 스퀘어’의 진행자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프랑스는 미국에게 가장 깊은 이념적 동맹”이라며 “대통령이나 주요 장관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 의미 있는 모습이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 고위 관계자의 (파리 행진)부재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 탄압 국가인 터키와 이집트 러시아 알제리의 고위 관계자들이 언론에 대한 테러를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파리 거리 행진에 참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경없는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딜로이르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파리 행진에 언론인을 탄압해 온 국가의 지도자들이 자신들 정부의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참가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문제 삼은 국가는 국가없는기자회가 180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언론 자유 순위에서 100위권 밖에 위치한 국가들로 이집트(159위), 터키(154위), 러시아(148위), 알제리(121위), 아랍에미리트(UAEㆍ118위)이다. 파리 행진에는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람타네 라맘라 알제리 외무장관,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외무장관이 참가했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부패 혐의를 다룬 언론인 70명 가량이 기소한 상태이며 이집트는 알자리자 방송기자 등 언론인 16명을 허위보도 혐의로 투옥했다. 러시아도 언론인 여러 명을 수감 중이고 알제리에선 행진과 시위가 금지되는 등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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