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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솔푸드

입력
2015.01.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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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홍어를 한 상자 보내주셨다. 잘 삭은 홍어는 맛이 좋았다. 누가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나의 솔푸드는 홍어야,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고 붉은 홍어를 한 점 집어먹으면 피곤한 얼굴이 펴지는 것 같다. 아이들도 홍어 냄새가 신기한지 먹어본다고 야단이다. 미나리를 데쳐 홍어와 함께 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한다. 전라도 분이신 부모님 입맛을 그대로 닮아 나는 장과 젓갈의 풍미를 좋아하고 생선과 해산물을 즐겨 먹는다. 마트에 가면 간편식, 반조리식 같은 것이 많고 나도 가끔씩 사먹는다. 편하긴 하다. 어딜 가나 맛집이 있고 식도락가들도 흔하다. 먹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데 소박한 음식의 온기 앞에서는 그런 편리함이나 요란함이 무너지고 만다. 갓 지은 밥과 구수한 된장찌개, 잘 익은 김치로 차려낸 밥상 말이다. 화려한 메뉴가 아니어도 된다. 김구이, 멸치볶음, 콩장, 고추절임 같은 밑반찬이 한두 가지만 있어도 족하다. 나이 들수록 향수 어린 음식을 더 찾게 되는 것 아닐까. 시래기국 한 그릇이면 속이 따뜻해지고 아삭한 총각김치를 우적우적 씹어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시험을 보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하는 날 아침에는 든든하게 찰밥을 지어주셨다.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음식에 담긴다. 숙취에 시달리는 배우자를 위해 콩나물을 삶고 북어를 찢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잔소리 반, 국물 반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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