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탁 작가 등 9일부터 기획전
“요즘 회령류 도자기가 사랑을 받아 기쁩니다.”
고산요의 이규탁(54) 작가는 회령류 도자기를 찾는 사람이 최근 늘어난 것을 보면서 새삼 보람을 느낀다. 지난 30여 년 동안 회령류 도자기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것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하다.
이규탁 작가는 37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도공의 후손인 다카토리 세이잔에게서 회령 도자 기법을 배웠다. 1978년 한국일보에 실린 도자 장학생 공모 기사를 보고 2,500여명이 응시했는데 그는 최종 선발된 2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일본으로 함께 건너간 최홍석 작가는 현지에 뿌리를 내렸지만 이규탁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 나라에서 도자기 기술을 배워 오라고 보낸 건데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이규탁 작가는 귀국 후 잘 팔리는 분청 사기 위주로 도자기를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회령 도자를 부활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묵묵히 회령류 도자기를 만들며 3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도공으로 입문할 때 처음 배운 것이 회령 도자 기법이라 특별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회령류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으나 2년 전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잊혀진 전통이 재발견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령류 도자기는 한반도 북동부 최북단에 위치한 회령 지역에서 유래한 도자기로 뜨거운 불 위에서도 깨지지 않도록 내화도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볏짚을 재료로 한 천연 유약이 굽는 과정에서 열을 받아 흘러내려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이 작가는 “회령류 도자기에 형성된 무늬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불이 만들어준 무늬”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흰 빛의 회령 항아리가 “마치 달처럼 생겼다”면서 “다시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 없을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이규탁 작가는 이정환, 김경수 등 한국 작가 2명, 중국 작가 2명, 일본 작가 3명이 함께 전시하는 ‘한ㆍ중ㆍ북ㆍ일 회령 도자전 유약의 미학’ 기획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시는 9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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