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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전문가 양성 주도… '건축 한류' 씨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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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전문가 양성 주도… '건축 한류' 씨앗으로

입력
2015.01.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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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에 지용한옥학교 개설… 이론 설계 실습 등 망라 교육

제2 삶 개척 창업 준비생 몰려… 현대 맞게 대중 주택으로 개량

신지용 한옥과 문화대표는 "한옥은 구고현법(勾股弦法)이라는 황금비율로 지어진 과학적인 주택"이라고 말했다.
신지용 한옥과 문화대표는 "한옥은 구고현법(勾股弦法)이라는 황금비율로 지어진 과학적인 주택"이라고 말했다.

“한옥은 우리 민족이 5,000여 년을 살아온 과학이 담긴 주거 공간이죠.”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지용한옥학교. 한옥과 문화 신지용(50) 대표가 한옥의 세계화를 위한 교육과 건축기술 개발 등을 진행 중인 곳이다. 폐교를 리모델링 해 2009년 문을 연 이곳에 들어서자 남가헌(南柯軒)이라는 정자가 사람들을 반긴다. 한적한 시골마을과 전통 건축물이 어우러진 최적의 조합인 듯하다. 8,600㎡(2,600평) 규모의 한옥학교에는 강의실과 숙소, 그리고 대형 치목(治木)실습장 등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신 대표는 한옥에 담겨 있는 과학얘기를 먼저 꺼냈다. 집은 사람과 문화를 함께 담는데, 사람이 주체인 우리 한옥은 인체의 비례의 맞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대청은 사람의 두 배, 방은 사람 키 한배 반이 기본이란다. 창(窓)의 높이는 사람이 앉아서 팔을 편안하게 걸칠 정도의 높이라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때문에 모든 집은 사람의 비례의 맞게 지어야 한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한옥은 피타고라스 정리와 유사한 ‘구고현법(勾股弦法)’이라는 황금비율에 맞게 지어진 과학적인 주거 공간이다.

신 대표는 또 “한옥건축은 자연을 최대한 활용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뒷산에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열과 앞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대청에서 대류현상을 일으키죠.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대청에 누워 부채질만 해도 시원한 이유 입니다.” 왜 한옥이 과학적인 주택인지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신 대표는 어려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보수현장을 드나들며 자연스레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신 대표의 부친인 신영훈(81)씨는 숭례문과 경주 토함산 석불사 및 송광사 대웅보전 중수 공사 감독관을 맡았고, 보탑사 삼층목탑을 신축하는 등 수많은 사찰과 한옥건축을 감독한 명인이다. 특히 해외에 한옥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등 ‘건축 한류’의 씨앗을 뿌린 개척자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대학시절 ‘민학회’라는 모임에 참여해 전통 건축을 직접 접했다.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대학원으로 이어져 한국건축을 전공하게 됐다. “‘다빈치 코드’ 처럼 알고 보면 너무나 재미있게 표현해 놓은 미학적인 측면이 오랫동안 우리 건축을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인 것 같습니다.”

신 대표가 운영하는 한옥학교에서는 한옥전문가과정과 한옥설계캠프, 교양과정, 한국전통문화과정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데 반해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드물다는 현실이 그가 강좌를 직접 마련한 이유다. 이런 노력들이 알려져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 한류대상에서 전통문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도 전문가 과정의 경우 이론과 설계의 이해, 그리고 실습까지 건축에 대한 전 과정을 교육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목장과 도편수 등 강좌에 참여하는 강사진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3월과 9월 두 차례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건축기술을 배워 제2의 삶을 개척하려는 창업 준비생에게 관심이 높다. 여름방학에는 국토교통부 및 강원대와 함께 한옥설계 캠프를 연다. 2주간 합숙하면서 이론과 설계를 배운다. 최근 한류바람을 타고 한옥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 신 대표는 올해 규방공예를 강좌에 추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한옥을 배우기 위해 오는 경우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학점은행제가 적용되는 평생교육원으로 전환하고자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신 대표가 구상하는 한옥의 세계화는 무엇일까. 그는 “현대에 맞게 한옥을 대중 주택으로 개량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전통의 미와 과학의 토대에 최근의 주거 트렌드를 옮겨 심자는 것이다. 그 말하는 지향점은 장점 만을 살린 절묘한 ‘퓨전 주택’인 셈이다. 또한 해외 공관들이나 문화원 건물에 한옥의 모티브를 차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해외홍보 전략일 것이란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이곳 홍천 북방면에 터를 잡을 때부터 줄곧 한 가지 꿈을 키워왔다. 바로 지용학교가 한옥의 모든 것을 담은 전통건축의 메카가 되는 것.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귀중한 한옥 관련 도서와 사진 등 각종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아 누구나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한옥도서관을 세우고 싶어요. 곧 한옥의 메카이자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죠.”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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