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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공성 강화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입력
2015.01.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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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공성은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실현하는 한 사회의 제도와 문화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30여년간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배함에 따라 세계 각국 자본주의에서 공공성이 크게 훼손됐다.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2008년 대침체 이후 세계의 공론은 자본주의의 격심한 불안정성과 불평등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지배로 인해 훼손된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데로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 넘어간 권력을 국가가 되찾는 정치의 복원이 있어야 한다” “사적 영역의 과대 팽창을 막고 공적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시장의 불공정성을 시정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고 경제적 약자의 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기심과 탐욕을 줄이고 생태주의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요컨대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공론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공성을 공익성, 공정성, 공민성, 공개성 등 네 측면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한국의 공공성은 OECD 33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적 자유 지수’를 보면 한국은 정부의 경제적 역할 면에서 ‘작은 정부’를 가지고 있고, 이전지출과 보조금 기준으로 보면 정부 소득재분배 기능이 OECD 국가 중 가장 약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세계가치관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시하는 자녀 자질로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과 ‘사심없는 마음’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 각각 조사대상 30개 국가 중 29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또한 물질주의적 경향이 아주 강하고 탈물질주의적 경향은 아주 낮게 나타났다.

시민들이 타인을 관용하고 존중하며 탈물질주의가 강해야 사적 이기심 추구를 벗어나 공동체 전체를 위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고 따라서 한 사회의 공공성이 높을 수 있다. 소득불평등이 아주 높고 대기업의 갑질 횡포가 심하며 자신만의 물질적 이익 추구 경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길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정부와 기업과 시민의 무책임성을 타파하고 공공성 강한 한국사회를 만드는 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치, 경제, 문화 세 부문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제도개혁과 문화혁신을 해야 한다. 참여민주주의와 심의민주주의를 통해 다양한 개인과 집단의 욕구와 이해가 골고루 반영되는 공공성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불공정과 반칙을 제재하는 엄정한 법치가 필요하다. 격심한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크고 유능한 정부’가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공공조달과 CSR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재벌체제와 주주자본주의가 결합된 현행 기업지배구조로부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기업지배구조가 전환돼야 한다. 대기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들러리 사외이사제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막고 공정거래를 실현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집단거래를 허용해야 한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를 확장해야 한다. 공공성 지표를 공기업과 국립대학 등 공공기관 성과 평가에 최우선 지표로 포함시켜야 한다.

학생들이 타인을 존중하고 관용하며 사심없는 마음으로 행동하도록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공공성 강화 종합 교육 프로그램을 초ㆍ중등 교육에 도입해야 한다. 공동체주의와 탈물질주의적인 생태주의가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를 높이는 ‘호혜주의’, ‘관용’과 ‘배려’의 사회자본을 축적하는 사회교육 투자가 크게 강화돼야 한다.

이렇게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개혁과 문화혁신이 이뤄져야 한국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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