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100% 확신했지만…" "북한 가라" 외친 보수단체와 충돌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100% 확신했지만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선 마당에 뭐라도 걸어서 문제 삼을 것을 예상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강제퇴거 조치를 당한 재미동포 신은미(54ㆍ여)씨는 10일 강제출국 직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통일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칭하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자신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2012년)의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 지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신씨는 “검ㆍ경이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자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들이댔다”며 먼지털기식 수사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신씨가 콘서트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을 찬양하고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고발 내용이 확인되지 않자 책 내용을 문제 삼았고, 거기서도 국보법 위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자 고발 내용과 상관 없는 출입국관리법 위반까지 문제 삼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신씨는 “검찰은 책 서문부터 한 줄 한 줄 무슨 의도로 썼느냐고 추궁했다. 말도 안 되는 조사”라고 사상검증식 수사방식도 비난했다. “책에는 ‘내가 마셔 보니 대동강 맥주가 맛있더라’ ‘북한 사람들은 강물을 그냥 떠 먹더라’ 같은 내용이 있는데 수사기관은 이게 북한을 미화ㆍ찬양하는 거라며 이렇게 쓴 저의가 뭐냐고 물었다.”
신씨는 10일(현지시각) 오후 2시 40분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남편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다. 입국 직후 “종북 분자는 북한으로 가라”고 외치는 보수단체 20여명과 신씨의 지인 및 진보단체 회원 20여명이 충돌했다. 양측의 몸싸움에 공항 경찰과 경비원들이 출동해 제지했고,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2명은 이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돼 국제적 망신을 샀다. 앞서 LA안보시민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북한 실상 관련해 공개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신씨 입국을 기다렸고, 사람 사는 세상 등 진보단체 회원들과 신씨의 교회 지인들은 “평화를 향한 노고에 감사한다”는 팻말을 들고 나와 이에 맞섰다.
한편 신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과 법무부의 강제퇴거 명령에 대해 각각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9일 신씨의 강제출국에 대해 한국의 국보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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