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청이전' 믿고 미리 이사, 이전 연기로 시간 교통비 손실
현황 파악 안 돼 카풀도 불발, 올초 이사 수요 많아 대책마련 시급
경북도청 공무원 L(44)씨는 매일 오전 7시면 경북 안동시 옥동의 집을 나선다. 안동시내를 빠져나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북대구IC로 접어들면 얼추 1시간20분 후면 대구 북구 경북도청에 도착한다. 일이 끝나고 저녁 약속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안동까지 대리운전으로 귀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L씨는 “매일 출퇴근에만 3시간 정도 걸리고, 교통비도 5만원 정도 빠져나가고 있다”며 “도청이 하루 빨리 안동으로 이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개도 700주년인 지난해 안동으로 이전키로 했다 올 7월 이후로 연기하면서 당초 방침에 맞춰 안동으로 이사간 일부 경북도 공무원들이 안동에서 대구로 역출퇴근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올 3, 4월에는 안동시 옥동 효성해링턴과 당북동 센트럴자이 등 신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예정으로 이곳에 분양받은 도 공무원들의 역출퇴근 행렬은 늘어날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L씨는 지난해 11월 갓 입주가 시작된 옥동의 호반베르디움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파트 입주 잔금 때문에 대구 집을 늦게 팔 수도 없었다. 이사 직후 초등학교 1, 5학년 아들 둘을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무원인 아내가 지난해 9월부터 예천 경도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집에서 경도대까지는 25분 거리다.
도청 6급 공무원인 K(42)씨도 지난해 10월28일 안동시 옥동으로 이사했다. 대구의 집을 팔고 1년간 전세를 살다 결국 아파트 입주시기에 맞춰 이사한 것이다. K씨는 당초에는 매일 안동에서 대구로 출퇴근하다 최근에는 주말과 수요일 저녁에만 안동에 머물고 평소에는 대구에서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K씨는 “출퇴근해보니 하루 5만원 정도의 교통비와 시간 낭비를 감당할 수 없어 대구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P(39)씨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안동으로 이사갔지만 일찌감치 대구의 원룸살이를 선택한 경우다. 그의 아들, 딸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고 의성군청 공무원인 아내는 안동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P씨는 “한달에 20만원을 주고 대구의 원룸에서 지내다 주말이면 안동을 간다”며 “도청 이전 계획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아직 역출퇴근 공무원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효성과 자이 등 올초 1,300여 세대 규모로 안동에 준공되는 아파트에도 도청 공무원 상당수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역출퇴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 6월 안동으로 이사갈 계획인 한 경북도청 공무원은 “도가 역출퇴근 직원에 대한 현황도 모르고 있어 ‘카풀’조차 권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역출퇴근 규모가 늘어나면 도청이전 전이라도 대구∼안동간 통근버스 운행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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